책/타국문학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어린 왕자

삼생지연 2020. 11. 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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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그 어른들의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어른들이란 다 한 때는 어린이였기 때문에.


여섯 살 때 나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림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어른들을 위해서 다른 직업을 골라야만했다. 나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전 세계를 닥치는 대로 날아다녔다. 결국 나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그들처럼 살아왔다. 물론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내 내가 간직하고 있던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6년 전 비행기가 사하라 사막에서 고장나기 전까지 나는 마음 편히 이야기할 만한 사람도 없이 혼자서 살아왔다. 기계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서 외로이 잠이 든 첫날 밤 나는 조그만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저씨.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 “응?” “나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


어린 왕자는 그렇게 내게 찾아왔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처럼 그렇게. 죽음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사막에서 어린 왕자는 양 한 마리만을 얻고 싶어했다. 그는 상자 속의 양을 상상하며 행복해한다. 그렇게 나는 이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왔고, 그 별은 양 한 마리를 묶어둘 필요가 없을 만큼, 하루에 43번씩이나 노을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별이었다는 것, 그리고 하루에 43번씩이나 노을을 바라볼 정도로 어린 왕자는 우울하고 쓸쓸하게 살고 있었다.


6년 전 내 친구 어린 왕자는 자신의 양 한 마리를 데리고 사라져버렸다.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는 사막 한 복판, 죽음 속에서의 구원이었고, 어른들 세상 속에서의 구원이었다. 그런 그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속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보아뱀을 그린 후 처음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슬프지만 행복한 그와의 추억을 이제 여러분들께 소개하려 한다. 어른들은 내가 이렇게 그 이야기를 한다면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린 왕자는 몹시 예뻤고, 늘 웃고 있었고, 양을 가지고 싶어했다. 그것이 그가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다. 누가 양을 가지고 싶어하면 그 사람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나는 우연히 어린 왕자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출발과 여행에 대해서 알아갔다. 그런 비밀을 알게 된 것도, 그의 쓸쓸한 생활을 알게 된 것도 다 양의 덕택이었다. 어린 왕자는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흥분하며, 양이 바오밤나무를 먹을 수 있는지, 그리고 가시 돋친 장미도 먹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장미에 대해 무심코 던진 말에 슬퍼했다. “수백만, 아니 수천만의 별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 사랑한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그 사람은 밤하늘의 별만 바라봐도 행복할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만약 양이 그 꽃을 먹는다고 생각해봐. 이건 그에게는 별들이 모두 갑자기 빛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게 중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장미였다. 사랑하는 장미가 있는 자신의 별, 그것은 곧 어린 왕자 자신이었다. 


나는 그 꽃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갔다. 그 꽃은 어린 왕자의 별에 있던 여느 꽃들과는 다르게 한껏 치장한 화사한 꽃이었다. 그 꽃은 화사함을 뽐냈고, 어린 왕자는 그 꽃과 작은 다툼을 하고 별을 떠나왔다. 장미는 어린 왕자와의 이별에 대해서 슬퍼하며, 자존심을 지키며 어린 왕자를 떠나보냈다. 어린 왕자는 그렇게 자신의 별을 떠났고, 아마도 그는 철새의 이동을 틈타서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일거리를 구하거나 무엇을 배우기 위해 별들을 여행했다. 맨 처음 어린 왕자가 찾아간 별은 왕이 살고 있는 별이었다. 왕은 어린 왕자를 보고 자신의 신민이 왔다고 반겨하지만, 어린 왕자는 그의 권위를 두려워했다. 그리고, 왕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노을을 보고 싶어했지만, 왕은 기다림을 명했고, 결국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난다.


두 번째 찾아간 별에는 허영쟁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어린 왕자를 자신을 숭배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으로 알았다. 처음에 어린 왕자는 자신이 박수를 치고, 그가 답례 인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 허영쟁이가 무조건 자신을 숭배해달라고 말하자, 어른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또 다시 그 별을 떠났다.


다음 별에는 술 주정꾼이 살고 있었다. “아저씨 거기서 뭐해요?” “술 마신다.” “술은 왜 마셔요?” “잊어버리려고 마신다.” “무얼 잊기 위해서요?” “창피한 걸 잊으려고 그러지.” “무엇이 창피한데요?” “술 마시는 게 창피하지!” 어린 왕자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 별을 떠났다.


네 번째 별에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어린 왕자가 왔음에도 끊임없이 5억이 넘는 수를 세고 있었다. 상인은 하늘의 별을 자기가 처음 발견했기 때문에 자신의 것이라 굳게 믿으며 마치 돈을 세듯 그 별을 세고 있었다. 자신은 중대한 일을 수행하는 아주 성실한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다섯 번째 별은 훨씬 이상한 별이었다. 그 별에는 가로등 하나와 점등인이 있을 뿐이었다. 어린 왕자는 그 점등인이 별과 꽃을 돋아나게도 하고 잠들게도 할 수 있으니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단지 명령에 의해서 불을 껐다 꼈다 한다는 말에 실망하고, 하지만 적어도 점등인만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 별은 너무나 작았기에 그는 또 다시 길을 떠났다.


여섯 번째 별은 아주 거대한 별이었고,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다. 탐험은 하지 않고 오로지 장부만을 뒤적이고 있는 지리학자에게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설명했다. 그리고 꽃은 순간적이라는 말을 듣고, 장미를 떠나온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어린 왕자는 지리학자의 소개로 드디어 지구를 향해 떠난다.



어린 왕자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 도착했다. 결코 시시한 별이 아닌 지구에는 왕이 111명, 지리학자가 7천 명, 상인이 90만 명, 그리고 750만 명의 술꾼과 3억 1백만 명의 허영쟁이, 즉 20억 가량 되는 어른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어린 왕자가 떨어진 곳은 사막, 그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어린 왕자가 사막에서 처음 만난 것은 뱀이었다. 뱀은 어린 왕자에게는 낯선 짐승이었다. 뱀은 수수께끼 같은 말로, 필요하다면 어린 왕자를 자신이 있던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너무 연약해보이는 네가 바위투성이 땅 위에 있는 것을 보니 가엾구나. 네 별이 몹시 그리우면 내가 언제고 도와줄 수가 있어. 나는….”


어린 왕자는 사막을 가로질러 다시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사막에는 꽃잎이 셋밖에 없는 아주 소박한 꽃만 있었고, 그 꽃은 바람에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어린 왕자는 높은 산에 올라갔다. 외로움에 그는 뾰족한 바위산 봉우리에 대고 무턱대고 소리친다. 그러나, 들려오는 건 메아리뿐. “안녕” “안녕” “누구니?” “누구니?” “나하고 친구가 되어줘요. 난 외로워요.” “나하고 친구가 되어줘요. 난 외로워요.” 그는 상상력도 없이 남의 말을 따라하기만 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늘 말을 걸어주던 자신의 꽃을 떠올린다.


어린 왕자는 오랫동안 모래와 바위와 눈 위로 이리저리 헤맨 끝에 마침내 길을 하나 찾아낸다. 그곳은 바로 장미꽃이 피어 있는 정원이었다. 어린 왕자는 하나 가득 정원에 핀 장미꽃을 보며, 자신의 별에 있는 한 송이 장미를 생각한다.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해온 그 꽃이 저 많은 장미꽃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어린 왕자는 풀 위에 엎드려 울었다.



울고 있을 때 여우가 나타났다. 어린 왕자는 예쁘게 생긴 여우가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싶었다.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쓸쓸해.” “난 너하고 놀 수 없단다.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길들인다는 건 무슨 말이니?”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일이야.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지. 넌 아직까지는 다른 수많은 꼬마들과 똑같은 꼬마에 불과해. 그러니, 네가 필요없는 거야. 물론 너에게도 내가 필요없겠지. 네 입장에서는 내가 다른 수많은 여우와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만일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내게는 네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게 될 거구, 너에게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게 될 거야. … 내 생활은 단조로워. 하지만 네가 날 길들이면 환해질 거야. 여느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될 거야. 다른 소리는 나를 땅 속으로 숨게 하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내게 밀이란 아무 의미가 없지. 밀밭을 봐도 난 떠오르는 게 없어. 그게 슬프단 말이야! 하지만 넌 금발이니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은 기막힌 것이 될 걸. 금빛 밀밭은 너를 떠올리게 할 테니. 그렇게 되면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까지도 좋아하게 될 거야. … 제발 날 길들여다오.” “그래.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많이 없는 걸. 난 친구들을 찾아내야 하고 알아야 할 일들이 있어.” “누구든지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 알 수가 없는 거야.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갖고 있지 못해.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 놓은 걸 사기 때문이지.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친구가 없는 거야. 친구를 원하거든 날 길들여줘!”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인내심이 아주 많아야 해. 맨 처음엔 오늘처럼 좀 멀리 떨어져 풀밭에 앉아 있어. 곁눈질로 널 볼 테니까. 그런데 말을 해선 안 돼. 말이란 오해의 원천이니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아야 해.” 


그 다음날 어린 왕자가 다시 왔다. “시간을 정해놓고 온다면 더 좋을 텐데. 가령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하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벌써 안절부절못하고 걱정할 거야.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줄 거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난 몇 시에 마음 치장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거란 말이야. … 의식이 필요한 거야.” 


“의식은 또 뭐야?” “그것도 너무 잊혀져 있는 것이지. 그건 어느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그리고 약속대로 여우와 이별한다. 여우는 슬픔에 잠겼다. 어린 왕자와 이별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자신이 길들인 어린 왕자의 금발과 같은 색깔인 밀 색깔을 얻게 되었다. 이제 여우는 아무런 의미도 없던 밀밭을 지나면서 어린 왕자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다시 장미가 있는 정원에 가서 어린 왕자의 장미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여우에게 어린 왕자는 되돌아왔고, 한 가지 비밀을 선물로 받는다.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네가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에, 네 장미가 그토록 중요하게 된 거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항상 책임이 있는 거야.” 어린 왕자는 이 비밀을 잊지 않으려고 되뇌며, 다시 길을 떠난다.



여우와 헤어진 후 어린 왕자는 전철원과 일주일에 53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알약을 파는 상인을 만난다. 전철원을 통해서 어린 왕자는 누구나 자신이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아이들만이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상인을 보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다 끝나갈 무렵은 내가 사막에 도착한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이젠 마실 물도 없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우물을 찾아나섰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우물을 찾아서 무작정 걸어나갔다. “별이란 보이지 않는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은 아름다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이야.” 나는 내 품에 잠든 어린 왕자를 소중히 안고 걸어가다 동이 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사막의 우물 같지 않게, 우물가에는 도르래, 물통, 줄까지 갖춰져 있었다. 어린 왕자는 물을 마시며 축제를 벌이는 것처럼 기뻐했다. 마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마음 가득 물을 마신 어린 왕자는 다시 내게 양의 굴레를 그려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는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며 즐거워한다. 


내일이면 지구에 떨어진 지 일 년이 되는 어린 왕자는 드디어 내게 이별을 고하려 한다. “아저씬 이제 일해야지. 기계 있는 데로 다시 가야지. 난 여기서 아저씰 기다릴게. 내일 저녁에 다시 와.”


다음날 그에게로 돌아왔을 때, 그가 앉은 무너진 돌담 아래에 뱀이 한 마리 있었다. 그는 뱀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뱀의 독을 이용해 자신의 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창백해진 어린 왕자는 내게 소중한 선물을 남겨준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살고 있고, 그 별 중의 하나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로서는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 같을 거야.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지.” 


어린 왕자는 이내 엄숙한 낯이 되었고, 내게 오늘밤만은 오지 말라고 고집한다. 결국, 어린 왕자는 내 앞에서 사라져갔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자신의 별까지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슬플 게 없는 낡은 껍질 같은 몸뚱이를 두고 사라졌다.


‘그의 발목께서 노란빛이 반짝했을 뿐이었다. 그는 잠시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나무 쓰러지듯 조용히 넘어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내게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쓸쓸한 풍경이다. 이것은 앞 페이지의 풍경과 똑같은 것이지만 여러분에게 그걸 잘 보여주느라고 다시 한 번 그린 것이다. 어린 왕자가 땅에 나타났다 사라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주의깊게 이 풍경을 보아두었다가, 언젠가 아프리카의 사막을 여행할 때 틀림없이 그걸 알아내기 바란다. 그리고 바로 그곳을 지나게 되거든, 제발 바라건대 서두르지 말고 별 바로 밑에서 잠시 기다리기를! 만일 그때 어떤 아이가 여러분에게 와서 웃는다면, 그리고 그 애의 머리가 금발이고 질문해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 애가 누구인 줄 다 알아내겠지. 그러면 잘 대해주시길! 그리고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말고, 그 애가 돌아왔다고 곧 편지를 보내주세요!’




『어린 왕자』는 사막에 떨어진 ‘나’와 똑같이 사막에 떨어진 ‘어린 왕자’의 이야기다. 이

야기는 ‘나’라는 주인공이 ‘어린 왕자’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사실 ‘나’와 ‘어린 왕자’가 동일인물이며, 

또한 생 텍쥐페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린 시절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단번에 이해한 유일한 인물은 바로 ‘어린 왕자’가 아니던가. 

이 작품은 생 텍쥐페리가 43살 되던 해에 발표되었고, ‘

어린 왕자’는 하루에 43번 노을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을 ‘어린 왕자’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순수를 일깨워주기 위한 동화다. 

서두에서부터 작가가 전달하려는 몇 개의 메시지를 찾아보면 그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

속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보아뱀’의 이야기. 결

국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자리한 본질이라는 것을 말한다. 

언어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맺어주는 수단임에 틀림없지만,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얼마큼 진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을 모조리 표현할 수 있는가? 

래서 여우는 ‘말은 오해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귀가 없다. 

왜 눈, 코, 입은 있는데 귀는 없을까? 

세상과의 단절, 

아니면 말보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자는 의미는 아닐지.


‘어린 왕자’에는 또 무수히 많은 사랑이 드러나고 감춰져 있다. 

어린 왕자와 장미의 사랑이 그렇고, 

장미를 떠나 무수한 별을 여행하면서 왕자가 만나는 진실들도 그렇다. 

어린 왕자가 여행 도중 만난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획일적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의 종착역인 지구에서 어린 왕자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것은 인간이 아닌, 여우였다. 

사실 어린 왕자에서는 장미꽃보다 여우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여우가 가르쳐준 ‘길들이기’ 그리고,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는 비밀. 


우리는 또 어린 왕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본다. 

왕자는 타인과의 불화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별을 떠나고, 

여행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그리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결국엔 그 타인이 다름 아닌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인간이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독립된 자아로 존재할 수 있고, 

사랑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터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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