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외

초등 6년 글쓰기 캠프 - 김도현 지음

삼생지연 2021. 1.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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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년 글쓰기 캠프

김도현 지음

성안북스 / 20211



오리엔테이션: 쉽게 배우는 글쓰기 수업


글쓰기 숙제, 이것이 고민입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형이라면 누구나 글쓰기와 관련된 힘겨운 일상을 겪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누구에게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친구 어머님과 속내를 털어놓으며 동지를 만난 듯 손을 맞잡고 울고 싶은 심정마저 듭니다. 어딘가에 있을 ‘비법’을 찾아 헤매지는 않았나요? ‘비법’이란 단어를 떠올리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업이 망하며 이혼한 남자는 변두리 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넘버 원과 넘버 원을 수발하는 넘버 투에게 밀려 손님이 없는 넘버 쓰리 신세입니다. 그나마 마음 붙일 곳이라곤 알토란 같은 어린 아들 하나뿐. 더 이상 꼬이려야 꼬일 팔자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중국 왕실의 왕족만 관리하는 세신사의 비법 책을 얻습니다. 남자는 비법 책대로 부단히 수련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넘버 쓰리에서 꿈에 그리던 넘버 원이 됩니다. 순서표를 받고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장사진을 이루고, 남자는 큰돈을 버는 것은 물론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감도 회복합니다. 

하지만 그런 달콤함도 잠시, 남자는 세신 비법 책을 잃어버리면서 모든 것을 잃습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잃어버렸던 책을 되찾는데, 그 책을 다시 펼쳐본 남자는 깜짝 놀랍니다. 책은 글자 하나 적혀 있지 않고 모두 백지였습니다. 비법이란 애초에 없었단 얘기입니다. 이를 계기로 남자는 깨닫습니다. 직업의 소중함, 그리고 ‘어떤 마음을 갖고 일에 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래전 단편 드라마 대본으로 읽은 이야기입니다. 비법이라고 생각하는 개요 짜기를 익히고 수련하고 나면 버릴 때가 옵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모두 익히고 나면, 지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개요 짜기 다음 필요한 건 글쓰기도 ‘쉽게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글쓰기가 쉽다는 마음가짐을 갖게끔 다독거릴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 글쓰기의 시작은 ‘개요 짜기’ 연습부터


글쓰기에서 ‘개요 짜기’부터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요 짜기’란 말 그대로 ‘대강의 요점 정리’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쓰고자 하는 글의 주요 골자를 간결하게 추려서 써보는 것입니다. 즉, 목적에 잘 어울리는 ‘계획서’를 쓰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명확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개요 짜기를 작성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구나 글쓰기를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에게 개요 짜기를 하는 연습이 필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개요 짜기 연습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건 아무리 강조를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개요 짜기란: 글쓰기의 뼈대인 개요를 세우고 나면, 시멘트를 바르기 쉽도록 뼈대와 뼈대 사이를 철근으로 엮어줍니다. 그런 다음에는 시멘트를 발라야 합니다. 여기서 시멘트를 바른다는 것은 이미 세운 뼈대에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입니다. 정리해보자면 우선 개요 짜기에 해당하는 단어나 문장을 적어봅니다. 그리고 거기에 조금씩 살을 붙여나갑니다. 여기서 ‘철근으로 엮어준다.’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윗글과 아랫글을 엮는다는 것은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개요를 짜고 글을 썼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점

자신이 탄 배가 망망대해에 떠 있다고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태풍이 휘몰아치고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금세라도 배를 집어 삼킬 듯 무시무시한 입을 벌립니다.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어딘가에 있을 육지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방법을 모릅니다. 파도와 바람에 시달리다 못해 파도와 바람이 이끄는 대로 정처 없이 떠다니다가 배는 침몰하고 맙니다. 비록 상상이긴 합니다만, 이와 같은 상황이 개요 짜기 연습 없이 글을 썼을 때일 것입니다.

모든 일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특히 글에서는 원리를 알아야 적용할 줄 알고, 적용을 넘어 응용할 줄 알게 됩니다. 이 얘기가 논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개요 작성의 원리는 대부분의 글에 해당되므로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요 작성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개요 짜기의 원리에는 ‘구성의 원리’와 ‘개요 작성’원리가 있습니다. 먼저 구성의 원리에는 단계성, 통일성, 응집성, 명료성이 있습니다. 개요 작성 원리에는 다음 네 가지가 있습니다. 한정성(써야 할 글의 주제와 범위 정하기), 단일성(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명료성(글의 내용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드러내기), 완결성(문장이 완결되도록 하기)입니다. 

한정성이란 아이가 쓸 글의 범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처음 글쓰기를 할 때는 범위를 좁게 잡을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가장 쉽게 일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은 제가 가르치는 초등 3학년 전재이 학생이 저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글입니다. 자유롭게 써보라고 했더니, 정말로 자유롭게 쓴 게 너무 귀여워 한바탕 웃었습니다. 


<친구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교회를 갔다. 차에서 채윤이(친구), 새희(친구), 은진이(친구)와 함께 앉을 생각에 설랬다. 교회가 끝나고 2시쯤 채윤이네에서 동생들과 놀았다. 시간이 흐르고 4시가 되자 놀이터에서 유튜브를 찍고 편집했다. 처음에는 긴장됐지만 찍을 땐 괜찮았다. 저녁은 라면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라면 덕분에 하루가 행복하게 마무리됐다. 


글을 잘 살펴보면, 글의 범위(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쓰겠다는 계획)가 정해지지 않아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전재이 학생에게 개요 짜기를 알려주었습니다. 아주 잠깐 가르쳐 주었는데, 이 영리한 학생은 그다음 주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전재이 학생의 어머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선생님이 말씀한 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뭔지 알고 싶어, 엄마.”라고 했답니다. 너무 귀엽죠. 아래는 단 일주일 만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전재이 학생이 쓴 글입니다. 


<운이 좋은 날> 처음 학교 1교시 쉬는 시간에 친구 2명과 영어를 신청하기 위해 방과후실로 갔다. 많은 친구가 있었다. 신청을 할 때 제비뽑기로 추첨했다. 정말 떨렸지만 다행히 종이엔 o(동그라미)라는 통과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진짜 운이 좋았다. 아쉽게 친구 2명 다 엑스 표시가 나왔다. ‘친구들도 같이 하면 좋을 텐데  ’라고 말이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빠와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내가 책10권을 다 읽었다고 말했다. 지난번에 아빠가 책10권을 읽으면 선물을 사준다고 말했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나는 4,000원으로 인스 스티커 북을 사달라고 했다 기분이 엄청 좋았다. 오늘은 행복하고 운이 좋은 날이었다. -끝-


‘쓰기’를 잘하려면 ‘읽기’는 기본!

한 아이와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어머니는 아이가 재미를 느낄 만한 클라이맥스까지 가면 글 읽어주는 걸 멈춥니다. 아이는 어머니의 이런 방식에 늘 아쉬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읽어주지 않습니다. “아가야, 뒷이야기는 네가 완성해보렴.”하고 제안합니다. 아들은 너무 궁금한 나머지, 뒷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봅니다. “아가야, 네 마음이 가는 대로 뒷이야기를 정하렴.”하고 말입니다. 아이는 엄마의 말뜻을 헤아리려고 골똘히 생각해봅니다. 그런 아들을 향해 엄마가 말합니다. “아가야, 작가란 세상을 창조하는 사람이란다.”

아이는 커서 ‘샤르로테’라는 숙녀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의 약혼녀였습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롭고 슬펐겠죠. 하지만 그 슬픔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으로 승화 해냅니다. 눈치채셨나요?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작가이자 철학자, 과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의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멈추고 이야기의 결말을 스스로 지어보려면, 먼저 이야기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들은 내용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며 ‘정독’의 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무르익을 ‘사색’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괴테의 어머니는 괴테에게 정독하고 사색하며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초급 / 1~2학년을 위한 글쓰기


일기란?

초등 1~2학년 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생활문과 일기입니다. 여기서 ‘생활문과 일기의 차이점은 대체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가질 어머님을 위해 한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생활문을 쓸 때는 어제 생활하며 일어난 일을 쓰는 것도 괜찮고, 며칠 전이나 오래전 이야기를 써도 무방합니다. 즉, 때(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기억에 남는 일을 쓴다는 의미에서 일기와 같지만, 당장 ‘오늘’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은 아닌 것이 일기와의 차이점입니다. 그다음 일기란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쓰는 것입니다. 생활문과 일기는 글쓰기의 내용 면에서 본다면 그다지 차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일기 숙제’라고 하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만 쓰는 것으로 생각할 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일기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편지 일기, 독후 일기, 여행 일기, 상상 일기, 관찰 일기, 동시 일기, 그림  일기 등입니다. 

이렇게 일기글의 다양한 종류를 이용해 다채로운 방식으로 일기를 쓴다면,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일기를 써나갈 것입니다. 일기글에는 형식이 있기에,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중간 부분은 개요 짜기를 활용해 하나씩 채워나가보기 바랍니다. 그러면 무엇을 쓸지 금세 드러납니다. 그렇게 아이와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조금 어려운 말로 ‘구상’한다고 합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기란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담는 글입니다. 누군가 일기를 본다고 생각하면,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러니까요. 그러나 글쓰기의 첫걸음을 떼는 과정에 ‘자신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만큼 일기를 통해 훈련하기를 권합니다. 


LUNCH TIME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엄마의 한마디|

호기심이 충만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이 소년이 수업과 상관없는 질문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합니다. 다른 학생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죠. 학교 선생님은 이 소년에게 퇴학 명령을 내리며, 소년의 어머니에게 쪽지 한 장을 보냅니다. 그 쪽지를 받아 든 어머니에게 소년은 쪽지를 보여달라고 조릅니다. 그런 소년에게 어머니는 “우리 아기가 천재라서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대.”라며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힘껏 안아줍니다. 호기심이 많은 이 소년은 어머니의 말처럼 자신을 천재라고 믿으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어머니께 말로만 전해 들은, 어린 시절 선생님이 보낸 쪽지를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들은 저능아라서 학교 수업이 불가능합니다.’라고요. 눈치채셨는지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에디슨의 어머니가 학교 선생님이 준 쪽지 내용을 어린 에디슨에게 그대로 말해줬더라면, 발명왕이 되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어머니의 말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염두에 두고 아이의 성향에 맞춰 힘을 줄 수 있는 말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기 주제 잡기 & 잡은 주제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

일기, 즉 하루의 일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일어난 일을 줄줄이 소시지처럼 연결하면 곤란합니다. 모든 글에는 단 한 줄이라도 주제가 있듯, 일기 역시 하루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만 골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제목(주제)으로 삼으면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하루의 일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아이는 학교 다녀온 후 학원으로, 속된 말로 ‘뺑뺑이’를 돌다 집에 돌아와 밥 먹고 지쳐서 잠이 듭니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매일 같은 일을 하는데 무슨 내용으로 일기장을 채울까 싶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런 아이를 붙잡고 일기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하라고 하면, 아이는 거부반응부터 보입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지 않을까요. 하루 종일 엄마와 떨어져 있었기에 감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학원을 돌고 왔는데 또 숙제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죠. 그러니 짜증스러울 수밖에요. 이렇게 하면 역효과만 불러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어머니가 조금 냉정해져야 아이의 글쓰기 숙제를 잘 봐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원 수업을 듣고 막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이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학원에서 있었던 일이며 학교 점심시간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무엇을 했는지,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었는지 등등의 질문을 하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스스럼없이 슬슬 풀어냅니다. 또 저녁 식사를 하며 지금 먹는 반찬에 대해서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얼른 낚아챕니다. 그게 오늘 쓸 일기의 제목이 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쓸 내용이 많습니까? 

그리고 아이와 함께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맞습니다. 개요 짜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글이든 개요 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무턱대고 쓰지 않습니다. 아이와 저녁을 먹으며 ‘미역국’을 글감(글의 재료)으로 쓰기로 했다면 공책에 네모 칸을 만듭니다. 아이와 함께 우선 쓰고 싶은 내용을 써봅니다. 그리고 제목이 ‘미역국’이니, 미역국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너(미역국) 아니면 안 돼!’하는 생각으로 끝을 봐야 합니다. 쓰다보면 머릿속에 슬며시 다른 생각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주제, 즉 미역국을 물고 늘어져 ‘끝장’을 봐야 합니다. 이것이 주제를 잡는 방법이자, 제목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기 개요 짜기

개요 짜기를 했으면, 거기에 살을 붙여 봅니다. 하나의 글감으로 다양한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의 폭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하나의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과정을 미리 익혀두면 학년이 올라가며 글쓰기에 더욱 좋은 바탕이 될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시기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개요 짜기라는 틀에 가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기’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개요 짜기를 익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급 / 3~4학년을 위한 글쓰기


독후 감상문 쓰는 시기

1~2학년을 거치며 일기와 생활문 쓰기 숙제라는 산을 만나 겨우겨우 힘겹게 한 계단 올랐나 싶었는데, 3학년이 되면서 책을 읽고 감상문까지 써야 한다니, 더욱 큰 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아찔할 겁니다. 초등 3학년과 4학년 시기의 책 읽기는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초등 3학년 아이는 비판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시기이고, 이러한 비판 능력을 바탕으로 4학년이 되면서 지적인 능력이 크게 성장합니다. 

아이 수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에 3~4학년을 묶어 책 읽기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책을 읽은 후 그 책 내용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한 것이 바로 독후 감상문입니다. 이 시기에 초등학교에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책을 읽고 느낀 감동을 통해 아이의 인성 발달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은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특히 3~4학년 시기는 머릿속 생각이 새로운 단계로 바뀌어가는 과도기입니다. 이때 어머니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지원군 역할이란 새로운 책 읽기 플랜을 세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꼼꼼히 정독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요약하자면 ‘양’보다 ‘질’적인 것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독후 감상문을 쓰는 방법

독후 감상문의 ‘틀’이 시작-중간-끝이라고 할 때, ‘시작 글(첫머리)’ 쓰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중간 쓰기’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해 인상 깊은 장면이나 내용에 대한 감상 쓰기, 줄거리와 느낌을 번갈아 샌드위치식으로 쓰기, 책 주제와 관련 있는 지식을 섞어 써보기,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에 대한 잘한 점과 잘못한 점 판단하며 써보기, 작가를 비판하며 쓰기가 그것입니다. 

다음은 도서 종류별로 감상문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이야기책(문학)을 읽고 감상문 쓰는 방법입니다. 이야기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쓸 수도 있고 등장인물의 생각, 말, 행동, 사건의 흐름, 인상 깊은 장면 등을 소개하며 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생각과 느낌, 거기에 아이의 경험까지 포함되면 아주 좋습니다. 

둘째, 과학 도서를 읽고 쓰는 방법은 시작에서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책을 선택한 이유, 책 표지나 내용에 대한 생각, 본인의 경험을 씁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책 내용 소개, 새로 알게 된 사실,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책과 관련된 것 중 내가 생활하며 경험한 것 등입니다. 그리고 책에서 느낀 점과 배운 것은 무엇인지, 자신의 장래 희망, 책과 관련해서 해보고 싶은 것, 현재 사회의 문제점 중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 마무리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역사 도서입니다. 역사 도서 내용을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그중 인상적인 사건 혹은 인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이 현재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정리하고, 교훈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거기에 본인의 느낌 등을 쓰면 아주 좋습니다. 단, ‘교훈’이라는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억지스러운 것은 쓰지 않는 것만 못하거든요. 책을 읽고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독후 감상문이 될 테니까요. 

이야기책이든 과학 독서든 역사 도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중심 주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내용을 틀리게 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한 줄이라도 더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부풀려서 쓰는 것입니다. 그저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는 것이 ‘엄지 척!’입니다. 


고급 / 5~6학년을 위한 글쓰기 


하버드대학에서는 왜 글쓰기를 혹독하게 단련시키나

‘미국 대학은 글쓰기를 매우 강조한다. 대부분 대학에 ‘글쓰기 센터(writing center)’가 있어 학생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킨다. 그중 하버드대학의 글쓰기 교육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고, 대부분 과목에서 글쓰기 숙제를 내준다. 글쓰기 센터에서는 학부, 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단계별로 다양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대일 첨삭도 철저하게 해준다. 미국 대학이 이렇게 글쓰기를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가 깊이 있게 사고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버드대학 낸시 소머스 교수는 신입생들의 글쓰기 경험을 조사한 연구에서 “글쓰기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 한 학생은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냥 정보만 가득 집어넣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96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피터 도허티 교수도 “과학을 연구하려면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생각도 명확해 연구를 더 잘한다.”고 말했다.’(2017년 1월14일 자 조선일보(김연주 기자)발췌)

위의 문장 중 핵심 단어는 깊은 사고력, 창의적 인재, 명확한 사고입니다. 어떤가요? 어머니들이 자녀를 교육하며 ‘우리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마음속에 간직했던 것들 아닌가요? 우리나라보다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 출신의 대통령만 8명이고, 다수의 퓰리처상 및 노벨상 수상자, 수백 명의 세계 최정상급 CEO, 수많은 학자와 사상가, 문학가를 배출했습니다. 이쯤이면 혹독하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을까요?


설명글 개요 짜기 & 써보기

설명글을 써보기 위한 계획을 세운 뒤 개요 짜기를 해봅니다. 설명할 대상 정하기-조사, 관찰하기-개요 짜기-한 단어나 문장에 살 붙이기-고치고 다듬기 순서대로 모든 학생이 함께 따라와주기 바랍니다. 먼저 글쓰기 공책에 순서표를 한번 그려봅니다. 


Before(지도를 받기전) - <강아지의 종류와 특징> 강아지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강아지의 종류는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으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소형견은 강아지 중에 제일 작은 강아지다. 그래서 쉽게 집에서 키울 수 있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소형견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중형견은 시골에서 많이 보는 진돗개가 있다. 대형견은 말 그대로 강아지 중에 제일 큰 강아지인데, 대형견은 주의할 점이 있다. 큰 강아지다 보니 먹는 양과 싸는 양이 있어서 집에서 키우기 힘들 것 같고, 마당이 있는 집이나 단독주택에서 살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강아지의 종류와 특징을 쉽게 알아보았다.


이 글은 권주희 학생의 설명글 써보기입니다. 설명글 방식 중에 쪼개어 쓰는 방식을 택해서 쓴 것입니다. 아래 글은 첨삭 후 다시 쓰게 한 글입니다. 좀 더 고치도록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 설명글의 주인은 오롯이 권주희 학생이기에, 제 손에 든 가위(붉은 펜)를 살며시 주머니에 넣어버렸습니다. 


After(지도를 받은 후) - <강아지의 종류와 특징> 강아지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강아지의 종류는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으로 나뉜다. 첫째 소형견은 강아지 중 제일 작은 강아지다. 그래서 쉽게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강아지다. 둘째 중형견은 시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진돗개가 있다. 대형견은 말 그대로 강아지 중에 큰 강아지 대형견이 있다. 하지만 대형견은 몸집이 커서 도시에서는 키우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단독주택이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워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을 나누어서 알아보았다. 


주장할 대상 정하기

<초등학생이 쓴 논설문의 오류 양상 분석>이라는 논문에글자 배경색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4학년과 6학년, 즉 두 학년 모두 글의 구성 영역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논설문 쓰기를 지도할 때에는 개요 짜기와 다발 짓기와 같은 영역을 반복 지도함으로써, 아동들이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엮는 과정이 필요함을 알도록 해야 한다.’라는 부분입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절실하게 느낀 ‘구성 영역의 부실함’과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개요 짜기 연습’에 대한 것이 이 연구 논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개요 짜기 연습의 필요성은 비단 논설문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이 글쓰기를 연습할 때 혹은 거의 모든 갈래별 글을 쓸 때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것이 ‘주장’입니다. 그 주장을 글로 쓰면 ‘주장하는 글’이 됩니다. 또 다른 말로는 ‘논설문’이라고 합니다. 논설문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써야 할 ‘대상’을 찾는 것입니다. 즉, 글감을 찾아야 합니다. 무언가 찾는다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걱정일랑 부정적인 감정 분리수거 통에 던져버립시다. 쓸 거리는 넘쳐나니 말입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겪은 일이나 생활 속에서 이런 것은 고쳐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글의 재료, 즉 글감이 됩니다. 

논설문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글이니만큼 ‘논리정연’하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느낌이나 감상 등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글쓰기가 아닌 만큼, 상대방을 설득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하거나, 나의 주장에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목적이 분명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논설문에 맞는 근거 세우기

‘논리정연’하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주장’ 하나만 달랑 내세워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주장을 뒤에서 떡하니 받쳐주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근거, 이유, 까닭, 모두 같은 말입니다. 모든 글에는 중심 문장이 있고, 그 중심 문장을 반짝반짝 빛나게끔 도와주는 ‘뒷받침 문장’이 있습니다. 주장하는 글에서의 뒷받침 문장을 근거라고 보면 됩니다.


근거를 대기 위해서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자료라는 것은 책이나 어른들이 보는 신문, 혹은 인터넷이나 어린이 신문, 뉴스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경험한 것이나 알고 있는 내용을 근거로 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알고 있는 내용, 즉 지식은 반드시 정확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내용을 근거로 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근거를 하나만 세우면 될까요? 근거가 늘어날수록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더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길게 늘어놓아도 핵심을 놓칠 수 있으니, 적당한 근거 세우기가 좋을 것입니다. 근거 세우기와 주장하는 핵심 문장을 표로 정리해서 개요 짜기를 하면,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캠프파이어 / 하나의 주제로 직접 글 써보기


실전 연습 - 하나의 주제로 직접 글 써보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겠습니다. 지글지글 장작이 타고 있습니다. 모두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앉아 있습니다. 다 함께 가만히 눈을 감아봅니다. 장작이 우리에게 따스함을 선사하기 위해 온몸을 내주는 소리가 들립니다. 켐프파이어 시간을 따로 만들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께서 하나의 주제를 주십니다. 그 주제에 맞게 글을 써오라는 숙제는 빠르면 4학년 학생들에게 내주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이와 같은 아이의 숙제에 대해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오롯이 어머니가 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라리 엄마 말이라면 찰떡같이 생각하던 저학년 시기라면 어떻게든 해볼 텐데 말이죠. 아이를 차분히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합니다. 제가 우리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어머님도 아이와 함께 하면 됩니다. 

풀어나가는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편리할 점이 많지만, 거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은 꼭 필요한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첫째, 주제가 정해졌습니다. 둘째, 제가 우리 학생들과 토론을 한 것처럼, 어머님도 아이와 함께 토론해봅니다. 의견이 다른 것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토론이고, 대화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셋째,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가장 중요한 개요 짜기를 하면 됩니다. 네 번째, 뼈대를 세웠으니, 살을 붙여 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은 고치고 다듬기입니다. 글 전체를 읽고 고치고 다듬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살펴 고쳐보는 것이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것처럼, 어머니가 아이에게 알려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고치고 다듬기’의 기준을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처음(서론) 부분에서는 ‘주제가 분명한가?’를 봅니다. 둘째, 중간(본론) 부분에서는 ‘적확한 주제’라는 1급수 물을 타고 내려온 ‘중간’의 내용과 흐름에 흙탕물이 섞이지 않도록 살펴봅니다. 셋째, 끝(결론) 부분에서는 내가 쓰려는 글의 목적과 주제가 적절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본론의 내용과 관계없는 내용이 있다면 주저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 전체를 읽어보고 나서 제목이 적절한지, 글 전체에서 내 의견이 일관성을 띠는지, 주제에서 벗어난 것이 있는지 살피도록 일러주시면 됩니다.



개요 짜기라는 

생각의 틀로 계획을 세워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 사이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은 점점 자라게 됩니다. 

그 결과는 놀라울 것입니다. 

이 책을 접한 부모님들과 학생 여러분의 꿈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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