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분할 가능성은 미 대선에 달렸다.
엘리자베스 워런, AT&T의 선례에서 배웠나?
It’s time to break up Google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의 상원의원으로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 중 하나로 점쳐지는 인물이 한 말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형 기업들을 분할할 것을 주장했다. 금융, 에너지, 헬스케어 분야에서 매우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인프라 건설(토목 등)에 2배 이상 투자할 것
-연수입 250억 달러 이상의 공룡 기업들을 분할할 것
-자산 5천만 달러 이상에는 2%, 1억 달러 이상에는 3%의 부유세 부과
-오바마 헬스케어 이상으로 의료보험에서 중산층의 부담을 줄일 것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크게 줄일것
중국은 전체 GDP의 9%를 인프라 건설에 투자한다. 유럽은 이보다 적은 5% 가량을 도로, 항만 등을 짓는데 사용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전체 GDP의 2.4%만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줄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워런은 이를 문제시하고 인프라 건설을 크게 늘릴 것이라 밝혔다. 급진적인 진보정책을 펴느라 경기가 긴축되면 ‘뉴딜정책’으로 어느정도 부양할 생각으로 보인다.
또 자산 5천만 달러 이상에는 연간 2%, 1억 달러 이상의 부유층에는 3%의 부유세를 부과한다. 이는 한 가정 내의 경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포함되는 부유층이 많다. 이 부유세만으로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한다.
워런은 또 굉장히 놀라운 발언을 했는데, “구글 등 IT 공룡들을 분할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유는 바로 독점. 구글은 검색엔진 뿐 아니라 판매 광고를 달면서 생산과 판매, 유통까지 전부 관여한다는 것이다. 생산이면 생산, 판매면 판매만 하라는 말이다. 페이스북, 애플도 역시 문제시했다. 애플은 왜 앱스토어를 관리하면서 그 안에 앱을 판매까지 하느냐는 말. 또 구글이 2013년 1조 3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인수한 웨이즈 역시 문제시했다. 구글은 이스라엘의 유망 지도 제작기업, 웨이즈를 인수했다. 또 광고업계의 더블클릭이라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지도, 광고분야에 진출하는 구글을 겨냥했다.
“하나만 하라.”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검색이면 검색. 광고면 광고. 지도면 지도. 유튜브면 유튜브. 구글은 기업을 분할하라는 말이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CEO 등은 “페이스북 분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연 이는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에이, 설마 분할되겠어 싶겠지만 미국은 분할에 뼈가 굵다.
이를 말하자면 AT&T가 가장 좋은 예다. AT&T는 전화기의 발명가로 익히 알려져 있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만든 회사다. AT&T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좋은 통신회사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미국의 특허청은 특허를 인정해줬고 1894년 특허가 만료될때까지 미국에서 단독 판매가 가능토록 했다. 일반 마트에서도 AT&T 전화기를 판매하는 등 독점적으로 회원가입을 받다보니 그 인기가 대단했다. 특허가 만료되자 중소규모의 경쟁사가 무수히 생겨났지만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에는 서로 통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통신사’여야만 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AT&T에 가입하다보니 통신기업을 바꾸고 싶어도 통신사가 달라서 통화가 어려워지는 판국. 때문에 업계의 경쟁사들은 하나 둘 씩 무너져 갔다. AT&T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쟁사들을 인수했다. 통신장비, 회원서비스 기업 가릴 것 없이 말이다. AT&T의 아성은 끊임없이 높아져만 갔다.
이를 문제시한 미 정부는 1949년 반독점을 이유로 AT&T를 제소했다. AT&T는 적극적으로 방어하면 화해안을 도출했다. 추후 장거리 통신분야가 시장이 커지면서 또다시 AT&T는 누가보아도 독점적이었다. 미 법무부는 1974년 또다시 제소했다.
AT&T는 여러 이유를 들어 독점이 아니며, 독점이라 하더라도 자연독점이다고 방어했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논문을 그 주장의 이유로 들었다. 미 의회에 로비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source: wikipedia, John M wolfson, Breakup of the Bell System
하지만 그 결과는 패소. 판사는 AT&T를 7개 회사로 분할 명령을 내렸다. 통신장비 회사인 Western Electrics도 분할됐다.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MFJ(Modification of Final judgement, AT&T 분할명령 최종판결)이후 미국의 통신업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방 통신업계 호황
-경쟁을 통해 통신비용이 내리고 품질은 오르다.
-통신 장비업이 발전
판사가 MFJ를 통해 의도한 것은 단순히 AT&T의 독과점 문제였다. 하지만 그 독과점을 해결하고나니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고정적으로 AT&T에만 납품하던 통신장비를, 이제 시장에 내놓고 홍보해야하니 기술력 발전이 빠르게 나타났다. 경쟁을 통한 통신비 절감 및 고품질화는 당연하다. 또 지방까지 휘어잡았던 대기업이 사라짐으로 인해 지방 통신업계까지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이런 선례가 있으니 엘리자베스 워런은 구글을 비롯한 IT 공룡들을 분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워런이 이렇게 자신감있게 나선 것은 미국 국민들의 정서 역시 한 몫했다. 미국인들은 “우리 대기업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해외에서 1등을 하면 된다.”가 아니다. 대기업이더라도 경쟁자를 배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시하는 것. 물론, 수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나라이기에 가능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한 기업을 분할하더라도 또 다른 대기업을 우리는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 내재되어있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구글은 구글 맵스, 스토어, 구글 검색엔진, 유튜브, 광고, 네트워크에 걸쳐 사업중이다. 만일 엘리자베스 워런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사업별로 기업이 분할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구글이 원하는 방향과는 정 반대다. 모회사를 알파벳으로 둔 것은 A부터 Z까지 전부 채워넣겠다는 소신인데 말이다.(아직 G, Google밖에 못채운 셈이다.) 갈길이 먼 구글의 입장에는 굉장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Realclearpolitics에 의하면 아직 민주당 경선에서 1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키고 있다. 또 너무 파격적인 공약들 때문에 유명 투자사 CEO들이 반발이 심하다. 워런이 당선되면 S&P 지수가 1/3은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간다. 골드만삭스 회장인 로이드 역시 트위터로 부유세 등을 비난하고 나섰다.
오바마도 최근 민주당 경선을 겨냥한 조언을 던졌다. “Average American doesn’t think that we have to completely tear down the system and remake it.” 보통의 미국인들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굳이 부수고 다시 만들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시민들의 여론과는 동떨어진 급진적 공약이 문제있다는 이야기다. 워런의 구글 분할, 부유세 등은 현재 미국내 적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결국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하더라도, 트럼프와의 결선에서 지면 도루묵이다. 선거에서 아군을 늘리는 것보다 더 조심할 것은 적을 늘리는 것이다.
다만 의도했든 안했든 워런의 이름은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한 사설에서는 “워런은 4년전 트럼프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전세계 시장이 그가 당선되는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것에서 매우 닮아있다.
구글과 래리 페이지는 최근 워런의 발언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조용한 가운데서 민주당 경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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