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칼세이건 코스모스

칼세이건의 - 코스모스 톺아보기<19~32>필사2회차

삼생지연 2020. 10. 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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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2회차 미션.pdf


젠트리 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바이킹 탐사 계획의 자료 분석과 탐사 설계의 책임자였으며 탁월한 조직 결성 능력의 소유자였다. 우리 둘은 지나가는 마로, 대중의 무관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이야기하고느 했다. 그러던 중 언젠가 젠트리가 영상물 프로덕션 회사를 차려서 자연과학을 손에 들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자는 제안을 내게 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하게 됐다. 그러던 중 공공 방송 프로 제공 협회의 KCET라는 이름의 로스앤젤레스 소재 한 지사가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 왔다. 천문학을 다루지만 인간을 폭넓은 관점에서 조망하는 13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하자는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삼지만, 그들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겨냥하면서, 그들의 귀와 눈에 하나의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기획물을 만들어 보자는 합의였다. 금융 기관과 만나고 연출자를 고용하는 등,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의 3년 프로젝트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 4000만명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것은 지구 전체 인구의 3퍼센트에 이르는 숫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대중에게 과학하기의 근본 아이디어와 방법 그리고 기쁨을 전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대중은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지성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본질과 기원에 관한 질문은 그것이 깊은 수준에서 던져진 진지한 물음이라면 반드시 엄청난 수의 지구인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것이며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다. 현대 문명은 현 시점에서 하나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어쩌면 이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인류라는 종 전체에게 중차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택하든, 과학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애를 쓰든 인류의 운명은 과학에 묶여 있다. 과학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가 우리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과학은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것이다. 인류가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자연을 좀 더 잘 이해한 자들이 생존에 그만큼 더 유리하다. 그런 의미에서 '코스모스'의 텔레비전 시리즈와 이 책은 하나의 실험인 셈이다.


  이 책은 텔레비전 시리즈와 같이 진화해 왔다. 어떤 의미에서 서로가 상대방에게 기초를 제공했다고 하겠다. 이 책에 사용된 삽화와 사진 대부분이 텔레비전 시리즈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영상물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와 텔레비전 시리즈의 시청자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책과 텔레비전 시리즈가 다른 각도에서 제작된 것도 사실이다. 책이 텔레비전에 비해 갖는 장점이 있다. 책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복잡한 개념이 나오면 독자는 그 부분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다. 아주 최근에는 비디오테이프와 비디오디스크 기술의 발달로 텔레비전도 이러한 장점을 어느 정도 지니게 됐지만, 아직 이 점에 있어서는 텔레비전이 책을 앞지를 수 없다. 제작 과정에서도 책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만들기보다 우리에게 자유를 더 많이 부여한다. 책의 주어진 장에 포함할 내용의 범위와 갚이는 필자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지만,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이 58분 30초로 규정된 시간에 담아 낼 수 있는 내용의 범위와 수준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이 텔레비전 시리즈보다 문제들을 더욱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었지만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는 다루지 못한 내용이 많이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앨리스와 그녀의 동무들이 고중력과 저중력 상황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을 존 테니얼 풍의 그림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그 그림이 텔레비전의 가혹한 편집 과정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집필 중인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 화가 브라운이 그린 애교 만점 삽화들이 이 책에서나마 그래도 보금자리를 마련 할 수 있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우주 달력은 텔레비전 시리즈에는 방영됐으나 이 책에는 그대로 실을 수가 없었다. 굳이 이유를 밝힌다면, 같은 내용이 [에덴의 요]이라는 나의 책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로켓의 아버지 로버트 고더드의 생애를 이 책에서 깊이 있게 다룰 수가 없었다. [브로카의 뇌]라는 책의 한 장을 전적으로 그의 생애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레비전 시리즈의 매 편에 대응되는 장을 이 책에 담아 놓았으며, 양쪽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애를 썼다. 나는 책의  한 장과 그에 대응하는 텔레비전 시리즈의 한 편이 서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상승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 독자에게 개념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같은 내용의 주제를 여러번에 걸쳐 반복해서 다룬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아주 가볍게, 그리고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무겁게 말이다. 예를 들면 1장에서는 각종 천체를 종합해서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뒤에 가서 천체의 종류마다 하나씩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같은 방식을 2장에서 등장하는 돌연변이, 효소, 핵산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데에서도 볼 수 있다. 인류사에 나타난 위대한 개념들을 시간순으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 과학자들의 사상을 7장에서 처음 취급하게 되는데, 이들보다 훨씬 나중에 등장한 요하네스 케플러의 업적을 3장에서 먼저 다룬다. 그리스 과학자들이 까딱 잘못하는 바람에 성취할 수 없었던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안다면, 그들의 업적을 더 잘 평가할 수 있으며 그들의 진가를 더욱 높이 인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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