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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 샤론 홈, 스테이시 모셔 지음

삼생지연 2021. 2.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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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샤론 홈, 스테이시 모셔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 2008년 8월

1부 광산의 갱도 - 중국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부터의 경고

 

2006 3 18일 판지아산 탄광의 붕괴로 광부 28명이 매몰되었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중국 산시성 자오시엔향진 정부에 의해 운영되던 이 광산은 참사 당시 안전 점검도 제때 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산업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패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유포하거나 그러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법적, 사회적, 기술적 규제들을 완화하고, 현재 수만 명의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는 광산업과 같은 3D업종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1부는 강화된 탄압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국 사회를 통제하는 법적, 사회적, 기술적 장치에 대항하기 위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주 제한적이었다. 예로 투옥된 젊은 운동가인 후지아는 사스와 에이즈, 두 가지 위기에 얽힌 이야기에서 에이즈(AIDS) 확산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상대적으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었던 사스(SARS)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면서, 모든 단위의 공무원들이 에이즈로 인한 희생자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은폐해왔는지를 폭로하고 있다. 그리고 잘 알려진 중국계 학자인 허칭렌은 중국의 언론 통제에서 언론을 침묵하게 하는데 사용되어온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장요우지에는 내부 풍경에서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하게 가혹한 형벌을 받았던 몇몇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재판절차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공포정치라는 첸꿔디와 우춘타오의 글은 농촌 마을단위에서 부패가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있고, 한 이주 가족의 가계부라는 양인보의 글은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주민 가족들의 일상을 통해 이들이 불안정한 삶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이들은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다루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접근성의 확대,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첸꿔디와 우춘타오의 공포 정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안후이성 구첸현(縣) 탕난향(鄕)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샤오짱에서 있었던 사건인데, 이 마을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된 홍수로 마을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마을 관리들에 의해 부과된 과중한 세금은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그러자 장홍촨을 비롯한 몇몇 마을 당원들은 향 단위의 당위원회에서 마을 회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장지아창은 사람들의 진술을 모아 인민검찰원에 관리들의 부패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의 탄원과 고발이 계속되자 마을의 부촌장이었던 장뀌첸은 격분했다. 하루는 장뀌첸이 두 명의 치안연방대원을 집으로 초대하고, 장홍촨에게 그의 집으로 오도록 했다. 그가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장뀌첸은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그의 두 아들과 연방대원에게 장홍촨을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때리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으로 마을 당원들, 은퇴한 관리들, 80여 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단결하기 시작했고, 탕난향 지방정부와 마을 당서기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장뀌첸을 조사하고 마을 재무장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진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마을 사람들의 계속된 요구와 호소에 결국 구첸현 지방정부는 관할지역 내 모든 마을의 재무회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1998년 2월 6일 왕지아원은 세 명의 회계원과 향 정부의 이 지역 담당자인 쒜자오청을 대동하고 마을에 도착했고, 2월 9일 왕지아원의 지도하에 87개 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대표자들을 선출했는데, 선출된 대표자들 중에는 장쟈바오, 장뀌위, 장홍촨과 장뀌마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장뀌첸은 모든 권한을 동원해 감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감사 9일째인 2월 18일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장뀌위가 그의 아들 장샤오쏭과 아침을 먹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그때 장뀌첸이 그의 두 아들 장위량과 장동이를 데리고 장뀌위의 집 앞에 들이닥쳤고, 곧 마을 회계원인 장지아후이와 그의 아들 장지에도 그들과 합류했다. 장뀌첸이 말을 했다. “더 이상 말로 해봤자 소용없겠어.” 그리고는 그의 두 아들에게 소리쳤다. “흠씬 패줘라.” 장동이는 문 옆에 놓여있던 나무막대를 움켜쥐었고, 장위량은 낫을 집어 들었다. 장지아후이는 장뀌위의 허리를 잡아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장뀌이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쳐 겨우 빠져나와서는 바닥에 있던 벽돌을 집어 들었고, 그의 아내인 웨이쑤롱은 스토브 위에 있던 칼을 움켜쥐었다.

 

이 소란에 주위에 사는 이웃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더 이상 공격할 수 없다고 느낀 장동이와 장위량은 뒷마당으로 빠져나갔고, 장뀌첸도 뒤따라갔다. 장뀌위는 뒷마당까지 쫓아가서 그에게 소리쳤다. “현 정부에서 당신의 장부를 조사하고 싶어 하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대표로 뽑았을 뿐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이요?” 이런 말다툼을 하는 와중에 장뀌첸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게 눈짓으로 아들에게 집으로 가서 도와줄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일렀다.

 

얼마 안 있어 장뀌첸의 다른 두 아들인 장지아쯔와 장차오웨이가 몸에 무기를 숨기고 현장에 도착했고, 장차오웨이가 달려가서 장뀌위를 치자 장위량은 그의 손에서 벽돌을 낚아챘다. 장뀌위가 맨손으로 완강하게 저항을 계속하자 장차오웨이는 장화와 허리끈에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들고 장뀌위의 머리와 가슴을 사정없이 찌르기 시작했다.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마을 대표 장홍촨과 장뀌마오는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는 장뀌위를 보고 격분하여 장뀌첸에게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오?”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장위량은 장홍촨의 흉부와 복부, 다리를 미친 듯이 난도질했고, 장동이는 뛰어와 손에 든 칼로 장뀌마오의 머리를 내리쳤다. 잠시 뒤 장뀌위의 형인 장뀌위에가 동생이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뛰어왔지만, 장지아쯔의 칼에 가슴이 찔렸다. 한편 장뀌위의 열일곱 살 아들 장샤오쏭은 어깨가 찔렸으나, 황급히 도망쳐 나와 겨우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겨우 5분 동안에 이 참혹한 살육의 현장에서 네 명이 죽고 한 명이 크게 다쳤다.

 

중국의 농민들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어서 억압에 항거할 수 있는 조직력이 부족하다. 반면 마을 관리들은 상당히 응집된 조직을 가지고 있고, 정권의 합법적인 대리자로서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그런 까닭에 그들 중 매우 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국가이익에 반한 채 정부의 조직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한다면, 그것은 상당히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참고로 장뀌첸은 마을위원회의 부주임이라는 중요한 공직에 있었고, 일곱 명의 아들을 포함한 막강한 가족세력을 등에 업고 마을을 완전히 장악하고 사실상 마을의 폭군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데, 그는 재배하는 곡식의 생산할당량과 세금을 올리고, 제멋대로 벌금을 부과한 뒤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채 거둬들인 세금의 대부분을 횡령했다. 어떻게 그런 악인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마을위원회 주임과 촌장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그와 한통속이었나, 아니면 그의 악행을 단순히 눈 감아 주었던 것일까? 그 당시 우리는 이런 의문이 생겼고, 그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야 우리는 장뀌첸 사건에 우리 같은 도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내막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상 그 마을을 고통으로 몰고 간 것은 재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은 근본적인 조직구조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예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때 장뀌첸은 부패와 성폭행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 동안 그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차기 마을위원회 주임직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이웃 마을의 마을위원회 부주임으로 지명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정부의 승인이 장뀌첸으로 하여금 죄를 뉘우치고 개과천선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침없이 악행을 저지르게 했던 것이다.

 

장뀌첸과 그의 아들들이 저지른 살인은 그저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중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무서운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인터뷰를 하면서 농촌에서 공포정치가 이미 충격적일 정도로 만연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현대 중국의 왜곡된 기층권력구조가 낳은 결과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적인 예일 뿐이다.

 

2부 빙하시대 - 정치체제 문제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중국은 폐쇄적인 구 소련 방식의 계획 경제체제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는데, 그 변화가 너무 급진적이고 엄청나서 중국 지도자들조차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같다. 아무튼 변화의 물결은 특히 공무원과 도시 지식인 계층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경제개혁은 나머지 대다수의 중국인들에게는 실업과 개발로 인한 격차, 사회 안전망 붕괴라는 부담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다. 그들은 당의 핵심권력을 원로들에게서 소위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에게 넘기며 여전히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의 부족으로 소외계층의 불만은 높아가고, 정부는 그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대신 점점 더 탄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2부는 오늘날의 중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 불안의 뿌리인 구조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리우샤오보는 중국의 귀족 강도들이란 글에서 권력 엘리트가 국가 재산을 사유화하는 구조를 파헤치고 있고, 허칭렌은 고기를 잡으려고 연못의 물을 퍼내다라는 글에서 만연하는 천연자원의 약탈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한편 정렌췐은 시든 꽃봉오리라는 글에서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시골 출신의 여자 아이가 범죄와 매춘의 길로 빠져드는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렁완바오는 고문으로 인한 자백을 뒤엎다라는 글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투옥하거나 사형시키는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있다. 아무튼 정치적인 관점에서 중국은, 신생대에 살았던 큰 코끼리의 일종인 매머드가 살던, 빙하시대다. 그 시대에는 혁명적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이란 혹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 앞에 놓인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한 정치 지도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참고로 허칭렌의 고기를 잡으려고 연못의 물을 퍼내다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04 10월과 11월 초, 쓰촨성의 한위앤 저수지 인근 주민 수십만 명이 푸부거우댐 건설을 위한 주민강제이주정책에 반기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계속되자 무려 1만 명의 군인들이 시위진압을 위해 배치되었는데, 시위가 격화되며 쓰촨성 당서기인 장쉐종이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몇 시간 동안 억류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몇몇 주민과 두 명의 경찰이 충돌 끝에 사망하고 다수가 다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위앤 폭동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집단시위 중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다. 하지만 시위 발발의 근본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낳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사회적 불안의 표출이다. 참고로 중국의 새로운 에너지전략에 따라 적어도 5,000만 명의 사람들이 가까운 장래에 강제 이주될 것인데, 에너지 부족과 기층 민중들의 폭동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경제 발전 유지를 위한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수백만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많은 분석가들은 한위앤 폭동의 원인을 주민들에게 제공된 보상이 너무 작았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근본원인은 강제이주로 농민들의 생존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예로 이주되기 전까지 농부들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름진 땅 수천 무(면적의 단위로 6,000평방 척에 해당됨)를 가지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주 후에는 옥수수만 경작할 수 있는 구릉 중턱의 불모지를 받아서 간신히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양쯔강과 황하에 10개의 거대한 수력발전소가 건설될 것인데, 이 같은 수력발전 붐은 자연환경의 파괴는 물론,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기업과 소수 관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손들이 누려야 할 가족 부양의 수단을 빼앗고, 자연환경과 인간 사회를 황폐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지구상의 제한된 천연자원을 고갈시키고 있고, 대량실업사태에 대해 어떤 희망적인 조치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는 물론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환경을 엉망으로 파괴하고 있다. 예로 한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황사로 고통 받고 있고, 중국 본토의 공장으로 인해 홍콩의 대기오염 수준은 심각한 상황이고, 메콩 강 하류에 위치한 나라들은 자신들이 중국 수자원 개발의 직접적인 희생양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무튼 중국은 확실히 위기상태다. 하지만 중국의 환경파괴와 수백만 중국인들의 피폐상황은 이윤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비즈니스계에서는 무시돼 왔는데, 최근 들어 점점 빈번해지는 중국의 대중 폭동은 중국 현대화 모델의 전시장인 번영한 해안도시 뒤에 또 하나의 중국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3부 붉은 장미의 힘 - 저항세력

 

2006 1 19일 중국 공안부는 2005 8 7,000건의 공공질서침해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6.6% 상승한 수치라고 발표했다. 이런 사건의 급증은 2005 7월에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중국에 관한 해외 언론의 주요 뉴스들을 살펴보면 중국인들이 점차 그들의 권리에 대해 알아가는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발전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주택과 직업 및 의료 보호에 대한 접근이 거부되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되면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분야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중국의 전통에 따라 중앙정부에 탄원하는 방식으로 사회 부조리에 도전하고, 몇몇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평화로운 방식이든 폭력적인 방식이든 대중 시위를 일으키고, 또 다른 몇몇 사람들은 환경, 종교, 보건 혹은 다른 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춘 사회단체를 만들기도 한다.

 

아무튼 한 집단이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방식은 사회에 파급효과를 낳고, 그것은 정부가 다른 집단과 개인들을 다루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전에 중국의 당국자들은 전면적인 강경진압으로 폭동에 대응했지만, 그런 수단들이 근본적으로 항거를 막는 데 실패하고 또 그것이 실제로 대중들의 불만을 더욱 자극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최근 당국자들은 보다 광범위한 접근방법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3부는 다양한 형태의 항의와 행동주의에 참여한 개인들의 경험과 투쟁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들이 홀로 활동하든 혹은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든지 간에, 개인들은 만일 그들의 행동이 정부의 허용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박해, 감시, 가택연금, 임의구금과 추방을 당하게 되고, 가장 심각한 경우에는 체포돼 수감되기도 한다. 왕준타오는 6 4일과 중국의 인권이란 글에서 국제무대에서의 중국의 전략과 인권단체의 역할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폐쇄적인 중국 사회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고 있고, 리우샤오보는 중국 시민사회의 등장이란 글에서 베이징의 억압적인 체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이 추동력을 얻게 되는 중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양홍펑은 톈안먼 어머니, 계속 투쟁할 것을 맹세하다란 글에서 톈안먼 사태 때 죽임을 당한 학생의 어머니인 장시안링을 인터뷰했는데, 그녀는 톈안먼 어머니회라는 단체에 가입함으로써 6 4일의 탄압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위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이반은 다리 밑 풍경이란 글에서 중앙정부에 탄원을 하기 위해 다리 밑에서 임시변통으로 만든 천막에서 밤을 보내야 했던 청원자들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고, 장린은 밧줄의 끝이란 글에서 실업과 노동자들의 권리,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같은 긴급한 이슈들에 직면해 있는 벙부시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아무튼 저자들은 모든 시위와 공개서한들, 새로운 사회단체들을 비롯해 개인들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동원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조사했다. 중국 정부는 특정 개인을 상대로 본보기로 벌을 주거나, 사람들을 조직하는데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만들어둠으로써 중국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개방되고 독립적인 시민사회의 형성을 억압해 왔다. 하지만 집단적인 노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민사회의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부 하얗게 지새는 밤 - 개인적 성찰

 

중국의 권력자들은 문화혁명기의 엄청난 오류들과 1989년 톈안먼 광장의 비무장 저항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계속적으로 부인해왔다. 왜냐하면 이러한 오류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순간 정치적, 사회적 통제에 대한 전반적,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다른 나라들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과거의 잘못들을 바로잡기 위해 그 시기와 방식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씨름해 왔다. 하지만 중국에서 자유로운 토론, 신문기사, 개인적 소견 등을 통해 이러한 사회의 상처를 밖으로 끄집어내려는 시도들은 종종 검열, 구류, 협박 혹은 다른 형태의 처벌을 받아 왔고 이런 반대는 중국이 민주적 법치체제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4부의 글들은 정보, 이의제기, 정부 비판에 대한 통제에 도전했던 개인들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쩡린린은 사형수 감방에서의 공부시간이란 글에서 문화혁명기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을 회고하면서 당시의 사건들이 현재에까지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녀는 또한 문화혁명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고통스럽게 기록한 왕요우친과의 인터뷰를 다룬 문화혁명은 지나간 과거사가 아니다란 글에서는 공식적으로 금기시되어있는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런부메이와 가오얼타이의 회고를 다룬 떠도는 영혼수취인 불명이란 글에서는 중국 당국자들이 어떠한 이의제기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시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글들에 잘 스며있는 상실감은 중국의 국가통제력이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이 가진 힘은 저자들이 전달하고 있는 상실감뿐만 아니라, 그들이 직면했던 참혹한 기억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의지와 불굴의 인내 속에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쩡린린의 사형수 감방에서의 공부시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랴오닝 지방의 간부인 장쯔신은 문화혁명기의 폭력적인 파벌투쟁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를 낸 이후 1969 9월 체포되어 1975 4월에 처형되었는데, 그 당시 그녀가 마지막 구호를 외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그녀를 참수했다는 사실이 리우빈옌의 회고록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녀는 불후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장쯔신의 딸은 어머니가 처형될 당시 겨우 열여덟 살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이 겪은 시련과 고통을 회상하며 아래 글을 썼다고 한다.

 

1975년 이른 봄, 심한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날 두 명의 셴양 지방 법관들이 우리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남동생 통통이 마을 회의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왔다. 아버지와 나는 남동생을 데리고 눈보라를 뚫고 마을 회관에 도착했고, 셴양의 법관들은 우리에게 앉으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학습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먼저 법관들 중 한 명이 ‘마오쩌둥 어록’ 한 부를 꺼냈고, 책을 펴서 낭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내용이 완벽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핵심은 계급투쟁과 모든 반혁명적인 것들에 대한 결연한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어머니에 대해 언급했고, 아버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아버지는 벌써 몇 년 전에 어머니와 이혼을 했으며,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법관은 나에게 “너는 네 어머니가 수감 중에 한 행동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머니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었지만 그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법관은 다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 어머니는 매우 반동적이고 자기반성을 전혀 하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위대한 영도자인 마오쩌둥 주석에 반대하고, 마오쩌둥 사상과 혁명적인 프롤레타리아 전선에 반대하고, 계속해서 죄를 지었다. 정부는 그녀에게 가중처벌을 할 것을 고려중이다. 만일 너희 어머니가 사형을 선고받는다면 네 기분이 어떻겠느냐?”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서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고, 아버지는 나를 대신해서 대답하셨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당국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 옳다고 믿소.” 법관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만약 너희 어머니가 처형된다면 너는 시신을 묻어줄 것이냐?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가고 싶으냐?” 나는 땅만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있었고,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나를 대신하여 대답하셨다. “우리는 어떤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법관들은 잠시 동안 의논을 하더니 한 명이 무언가를 써 내려갔고, 다른 한 명이 내게로 와서 “너는 교육을 잘 받은 아이이므로 당이 개인의 태도와 행동을 중시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너와 어머니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훈계했다. 또 그는 내가 어머니의 범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주기를 바랬고, 나는 학교 선생님이 우리에게 암기하도록 가르쳐준 상투적인 정치적 문구들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다시 한 법관이 다른 사람에게 그가 쓴 것을 보여주었고, 그들은 또 다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더니 무언가를 좀 더 써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나에게 서명을 하고 문서에 지장을 찍을 것을 요구했다. ‘학습 시간’은 마침내 끝이 났다.

 

아버지는 우리를 마을 회관에서 데리고 나왔고, 매서운 눈보라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아버지는 집에 도착하고서도 저녁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찐 옥수수 빵을 두 조각으로 나누어서 나와 동생에게 주며 “이것 먹고 자거라”라고만 하셨다. 나는 침대에 조용히 누웠다. 아버지는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불빛만을 응시한 채 홀로 앉아 계시다가 한참 후 우리가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고 나서 나와 남동생이 잠이 들었다고 생각하셨는지 천천히 일어나 소지품 상자를 뒤적거리며 어머니 사진을 찾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는지 울음을 터트리셨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아버지 품 안으로 뛰어들었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나를 위로하시며 “울지 말거라, 이웃이 우리가 우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울음소리에 깬 남동생도 아버지의 품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그날 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5부 양치기 노래 - 영혼의 목소리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산당 지도부는 권력을 잡은 1949년 이후 자유롭고 독립적인 정신적, 예술적, 문화적, 종교적인 표현을 억압해 왔는데, 최근 정부는 이전에 파괴된 문화 유적들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거대한 성전을 갖춘 종교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 수행의 자유는 종교와 집단에 따라 여전히 상대적이다. 특히 파룬궁은 수련이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람들을 악마로 만든다라며 수천 명의 수련자들을 구속하고 고문을 했다. 또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네이멍구 자치구, 그리고 티베트에서의 종교적 수행과 문화적 주체성에 대한 고양은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 많은 사람들을 수감하였다.

 

5부는 정신적 자유와 인간 정신의 고결함을 외치는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데, 찐옌밍의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라는 글은 공공연한 탄압 아래서도 사랑과 믿음의 결속을 유지하려는 반체제 인사 가족의 노력을 묘사하고 있다. 파룬궁 탄압에 대한 후핑의 파룬궁 현상이란 글에서는 현대 중국 사회에서 그들 수련자에 대한 악의적 억압의 숨겨진 이유를 까발리고 있다. 한편 카룬렁의 문화적 기독교인들과 중국에서의 기독교 정신이란 글에서는 중국의 지식인들이 기독교에 대해 가졌던 학문적인 흥미와 그들이 신앙을 가지길 원할 때 직면하는 방해물에 대해 탐구하고 있고, 왕아이는 북부 황야의 수용소 화장실에서 보내온 그림이란 글에서 예술가 웬정쉐의 작품과 그가 예술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한 힘이었던 강제노동수용소에서의 독특하고 힘들었던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위지에의 어느 젊은 작가가 경찰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글에서는 그를 구속하고 고문했던 경찰을 향한 공개적 편지로, 그는 이 글을 통해 고통과 억압, 용서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냉혹한 억압과 통제에 맞서 싸워온 인간의 치열한 인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중국이 추구하는 거시적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증거다. 즉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최근 정부의 공식적 인정에도 불구하고, 진정 조화로운 사회는 인간 정신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참고로 어느 젊은 작가가 경찰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위지에의 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경찰 여러분, 나의 톈안먼의 아이 홍콩에서 출판되기 전날, 나는 공개편지를 나의 성실한 독자들인 여러분께 보냅니다. 2004 12 13, 여러분은 나를 심문하며 노트북 컴퓨터에서 책의 원고를 포함한 자료들을 빼앗아가는 것을 허락하도록 내게 강요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책의 독자가 되는 기쁨을 가졌습니다.

 

2004년 12월 13일 오전 6시, 5명의 경찰관들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영장을 건넸고, 간부로 보이는 경찰관이 “당신은 국가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하여 심문이 시작되어 14시간 동안 지속되었지만, 나는 나에게 가해지는 육체적인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중년의 경찰관이 회유에 나섰습니다. ‘미스터 회유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화려한 삶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설득시키는 것이 실패했다는 것을 안 ‘미스터 회유자’는 순식간에 ‘고문관’으로 돌변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경찰 독자들’은 외국의 웹사이트로부터 내 작품들을 다운로드한 뒤 인쇄했고, 나에게 여러 페이지에 서명하게 하고, 지문을 채취했습니다. 내 생각에는 그들이 애써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가명이 아닌 실명으로 모든 작품들을 출판했고, 내가 사용한 모든 단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미스터 회유자’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작품에서 후진타오나 원자바오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그것은 최고 지도자를 모욕한 것이고 이미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었어요.”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말했습니다. “당신은 수백만 명의 군인과 경찰관이 지키는 절대 권력이 지식인들이 쓴 몇몇 소설에 의해 위협을 받았다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그러자 ‘미스터 회유자’는 “당신 작품들은 공산당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고, 당신이 숭배하는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조차 이러한 방식의 정부에 대한 모욕을 관대하게 처리하지는 않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나에 대한 심문은 법이 아주 웃음거리가 된 사례입니다. 나는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를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그들이 마침내 나를 풀어줬을 때 그들은 나에 대한 심문의 근거가 될 문서를 나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들은 나를 심문할 정당한 근거를 찾지 못했지만 나에게 내 컴퓨터와 그 안에 담긴 것들을 자발적으로 넘겨준 것이라는 진술 서류에 사인을 강요했습니다.

 

내가 구금된 다음날 오전 8시에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경찰관이 내 아내를 아무런 이유 없이 1시간 이상 심문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가 경찰관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동안 나는 레흐 바웬사와 그의 아내 다누타의 인터뷰를 회상했습니다. 다누타는 당시를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지휘관은 내가 그를 얼마나 모욕했는지를 진술하는 공식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나는 경찰관의 야만적인 행위에 대한 공식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경찰관은 인상적인 제복을 입었지만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는 단지 한 마리의 더러운 돼지였어요.’ 경찰관 여러분, 다누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또한 내 아내가 나에게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당신들을 돼지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를 심문했을 때, 나는 조용히 신에게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그리고 당신이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당신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경찰관 여러분, 당신들은 나를 위협해 굴복시키려 노력했지만, 나는 당신들이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내 몸을 구속할 수 있지만, 내 영혼까지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관 여러분, 비록 당신들이 내 작품의 ‘첫 번째 독자’일지라도, 마치 차가운 돌 위에 떨어지는 따뜻한 눈물처럼 내 작품이 당신들에게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건 내 작품에 쓰인 언어의 한계이자, 나 자신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당신들의 무관심은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영혼의 간격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이에 다리를 놓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무리 그렇게 하고 싶을지라도 당신들이 나를 다루었던 방식으로 당신들을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공산당의 방식으로 공산당에 대항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돼지우리가 되어 그 악취가 하늘 끝에 이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돼지우리 속의 삶을 바꿔야 합니다. 그것은 당신 스스로를 돼지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것과 돼지처럼 다른 사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나의 독자들인 당신들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의 양심을 듣기 위해, 너무 늦기 전에 당신들에게 양심을 회복하라고 요청하기 위해 공개편지를 씁니다. 오직 신만이 우리에게 사랑스럽지 않은 (나의 경찰관 독자들인 당신들을 포함한) 이들을 사랑하고 용서할 있는 힘과 끈기를 있습니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모든 , 내가 일반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모든 , 그리고 내가 미래에 경험할 모든 것들을 고마워하게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갈망합니다.

 

 

2008년 중국은 펄펄 끓는 용광로다.

올 들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다소 주춤했지만 세계의 공장역할을 맡은 성장엔진은 멈출 줄 모르고,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정치,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중국을 건설하겠다는 열기로 가득하다.

이렇게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중국 자신의 목소리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안에서 바라본 중국의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주제별로 다섯 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는 각 장마다 저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취재원의 회상, 분석,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중국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참혹한 소외현실과 경제적 불평등, 인권 유린 등의 문제에 대한 근원을 밝히고,

해법을 내놓으며, 때론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들을 향해 설명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예로 농촌에서 도시로 거주한 이주민 가족의 한 달 생계비는 어떻게 되는지,

왜 나이 어린 여자 아이가 성매매시장으로 팔려가야만 하는지,

한 마을의 에이즈 보균자가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

웹사이트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인을 체포한 경찰이 어떤 것을 심문하는지,

반체제 노동운동가의 가족들이 어떤 시련을 겪어야 했는지,

화가와 문인들이 어떤 감시와 억압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

불합리한 사법체계로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공산당 일당독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단체들과

종교가 어떻게 탄압받고 있는지 등 오늘날 중국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지만,

장막에 가려져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생생한 중국과 중국인의 모습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참고로 우리에게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데,

이제껏 우리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바라보면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고,

이런 현기증이 우리를 더욱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몰고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시각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균형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각종 문제를 앓으면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실험 시기를 거치고 있고,

한 사회의 화려한 모습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반드시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비판적인 시각이 자칫 빠지기 쉬운 거대 담론의 추상성을 벗어버리고,

철저하게 살아있는 중국인의 삶 속에 현미경을 들이댐으로써

중국이라는 사람 사는 세상의 힘겨운 숨결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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