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칼세이건 코스모스

칼세이건의 - 코스모스 톺아보기<35~47까지 필사 2회차>

삼생지연 2020. 10. 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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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톺아보기 <35~47>필사2회자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본다면 바다 물결 위의 흰 거품처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희미하고 가냘픈 덩굴손 모양의 빛줄기가 암흑을 배경으로 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것들이 은하다. 이들 중에는 홀로 떠다니는 고독한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하단이라는 집단을 이루며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코스모스의 암흑 속을 끝없이 떠다닌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코스모스의 가장 거시적인 모습이며, 여기가 바로 성운들의 세계이다. 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진 곳, 우리가 우주의 중간쯤으로 알고 있는 머나먼 저곳이 성운들의 세상이란 말이다.

  은하는 기체와 티끌과 별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별들이 무더기로 모여 은하를 이룬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별들이 무더기로 모여 은하를 이룬다, 별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태양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은하 안에는 별들이 있고 세계가 있고 아마도 각종 생명이 번성한 자연계가 있고 지능을 소유한 고등 생물의 집단이 있으며 우주여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고도의 문명 사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은하를 멀리서 바라보면 은하가 아기자기한 것들을 모아 놓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인다. 그것은 조개껍데기나 산호 조각처럼 코스모스라는 바다에서 자연이 영겁의 세월에 걸쳐 조탁하여 만들어 낸 예술품이다.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1011)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1011 ×1011 =1022개나 된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에 숨은 듯이 박혀 있는 우리에게만 어찌 그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우리의 특별한 행운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가 생명으로 그득그득 넘쳐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우리는 이것을 알아내기 위한 탐험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80억광년쯤 떨어진 곳에서는 우리 은하수 은하가 속해 있는 은하단이 있는지도 확인하기 힘들다. 그러니 태양이나 지구는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가 생명이 서식한다고 알고 있는 행성은 지구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구는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바위덩어리에 불과하다. 간신히 태양 빛을 반사하고 있기에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코스모스 항해는 지구의 천문학자들이 국부 은하군이라고 부르는 곳에 곧 다다른다. 국부 은하군은 지름이 몇 백만 광년 정도 되고 10~20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 유별나지 않은 아주 소박한 은하단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M31 이라는 은하가 있는ㄷ[, 지구에서는 안드로메다자리에서 관측된다. M31은 별과 티끌과 기체가 모여서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는 나선 은하로서 작은 위성 은하를 둘 거느리고 있다. 이 두 개의 왜소타원 은하를 붙들고 있는 힘이 중력인데, 나를 의자에 앉아 있도록 붙들어 주는 힘도 중력이다.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은 자연 법칙이 성립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여행은 지구로부터 200만 광년의 거리를 통과했다.

  M31 너머로 그와 비슷한 모양의 나선 은하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나선 팔을 천천히, 2억 5000만 년마다 한 번씩 돌리는 바로 우리 은하수 은하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보금자리, 지구에서 4만 광년쯤 떨어진 곳에 와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은하수 은하의 중력에 불잡혀 은하 중심부로 끌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지구 이므로 은하수 은하의 가장자리, 나선 팔의 한쪽 끝, 은하 변두리의 이름 없는 장소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나선 팔 안은 몰론이고 나선 팔과 나선 팔 사이를 지나다 보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 모인 지극히 아름다운 집단들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 집단들 중에는 비눗방울처럼 가냘프게 생겼으면서, 태양 1만 개 또는 지구 1조 개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것들이 있다. 또 천체들 중에는 크기는 작은 마을만 하지만 그 밀도는 납의 100조 배나 되는 것도 있다. 태양처럼 홀몸인 별도 있지만 동반성과 함께하는 별이 더 많다. 별들은 주로 두 별이 서로 상대방 주위를 도는 하나의 쌍성계를 이룬다. 그리고 겨우 별 셋으로 이루어진 항성계에서 시작하여, 여남은 별들이 엉성하게 모여 있는 성단, 수백만 개의 구성원을 뽐내는 거대한 구상 성단까지 천차만별의 항성계들이 은하에 있다. 쌍성계들 중에는 두 구성 별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 상대방 '별의 물질'을 서로 주고 받는 근접 쌍성계들도 있다. 대부분의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태양과 목성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초신성 같이 저혼자 내는 빛이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을 만큼 밝은 천체가 있는가 하면, 블랙홀과 같이 겨우 몇 킬로미터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이 있다. 밝기만 보더라도 일정한 빛을 내는 별이 있는가 하면 불규칙하게 가물거리는 별이 있고 틀림없는 주기로 깜빡이는 별도 있다. 우아하고 장중하게 자전하는 별이 이싸는 반면, 팽이같이 지나치게 빨리 돌다가 제 형체마저 찌부러뜨린 별도 있다. 대개의 별들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내지만, 어떤 별은 하도 뜨거워서 엑스선이나 전파를 내기도 한다. 푸른색의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의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이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 가는 별이며 작고 하얀 별이나 검은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이다.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4000억 개 정도 있다. 이 별들이 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많은 별들 주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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