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칼세이건 코스모스

칼세이건의 - 코스모스 톺아보기<35~47까지 필사 3회차>

삼생지연 2020. 11.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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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톺아보기 <35~47>필사3회자


항성계들은 이웃 항성계와 수 광년의 거리를 사이에 둔 채로 격리 돼 있다. 그러므로 그들 하나딴 섬인 셈이다. 이렇게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섬들 중에는 진화 단계에서 지성을 갖추게 된 생물들이 태어난 곳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제가 사라고 있는 알량한 행성이나, 변변치 못한 별 여남은 개가 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것이다. 인류는 지구에 고립된 채로 성장해 왔으나 이제는 서서히, 그것도 제 스스로 코스모스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별 중에는 수백만 개의 크고 작은 암석 조각으로만 둘러싸인 별들도 있을 것이다. 이 돌덩이들은 진화를 못한, 초기 단계의 행성계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태양계와 비슷한 행성계를 갖춘 별들도 있을 것이다. 그 행성계의 외곽에는 고리를 걸치고 얼음 위성을 거느린 거대한 기체 행성들이 있고, 가운데로 갈수록 얼음 위성을 거느린 거대한 기체 행성들이 있고, 가운데로 갈수록 더 작고 따뚯하며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가진 세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행성들 중 하나에서 지적 생물이 진화해 행성 표면을 대규모로 개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은 코스모스에 사는 우리의 형제요 자매이다. 그들은 지구의 인류와 어떻게 다를까? 겉모습은 어떻고, 신체의 생화학적 메커니즘, 신경생리학적 구조, 역사, 정치, 과학, 기술, 예술, 음악, 종교, 철학은 어떠할까? 언젠가 우리는 저들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지구의 뒷마당에 이르렀다, 거대한 눈 덩어리들이 태양을 둥글게 에워싸며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해성들의 고향이다. 얼음과 암석과 유기 분자가 이 혜성들의 핵심 구성성분이다. 지나가던 별들의 중력이 심심치 않게 이들을 슬쩍슬쩍 건드리면 그때마다 얼음 덩어리들 중의 하나가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간다. 그러면 태양의 열이 얼음을 증발시키고 얼음 덩어리에서 아름다운 해성의 꼬리가 길게 뻗어 나온다.

  자, 이제 태양계의 행성들에게로 다가가 보자. 행성은 혜성보다 좀 더 큰 세계이다. 이들은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서 거의 원형의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주로 태양 광선에서 열을 공급받는다. 명왕성은 메탄 얼음으로 덮여 있는 행성으로 카론이라는 대형 위성을 하나 거느리고 있다. 태양 광선을 멀찍이서 받는 명왕성에서는 태양이 칠흑의 어둠 속에서 작게 비나는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왕성, 천왕성, 태양계의 보석인 토성 그리고 목성은 거대한 기체 덩어리들이다. 이 목성형 행성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얼어붙은 위성들을 주르르 거느리고 있다. 기체 행성들과 거대한 빙산 덩어리들이 공전하는 지역을 지나 태양 쪽으로 향하여 따뜻한 내행성계로 들어가면 우리는 그곳에서 암석 지대를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붉은 화성에서는 화산이 솟아오르고 깊은 협곡이 입을 쩍쩍 벌리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모래 폭풍이 행성 전체를 휘감는다. 어쩌면 화성에는 아주 단순한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모든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이다. 태양의 중심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용광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용광로가 태양계를 두루 비추는 빛의 원천인 것이다.

  드디어 기나긴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작고 부서지기 쉬운, 청백색의 세계로 돌아왔다. 우리의 상상력이 아무리 대담하게 비약한다 한들 지구를 코스모스라는 광대한 바다와 대등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는 광막한 우주의 미아이며 무수히 많은 세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구가 우리에게만 의미심장한 곳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랴 우리의 보금자리요 우리를 길러 준 부모가 지구인 것을, 이곳에서 생명이 발생하여 진화했으며, 인류도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지내고 성년으로 자라는 중이다. 바로 여기에서 인류는 코스모스 탐험의 열정을 키웠으며 아무런 보장 없이 고통스러운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행성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른 질소의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서늘한 숲이 펼쳐져 있으며 부드러운 들판이 달리는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는 생명이 약동하는 활력의 셰계이다. 지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귀한 세상이다. 지구는 이 시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유일한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헤쳐 우주를 두루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코스모스의 물질이 생명을 얻어 숨을 쉬고 사물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곳은 이곳 이외에는 아직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확실히 물질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곳이다. 이와 비슷한 세계가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겠지만, 그곳들은 우리가 앞으로 찾아야 할 희망의 대상이다. 위대한 탐험은 바로 여기, 지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인류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100만년 이상의 긴 세월에 걸쳐 거둬들이고 축적해 놓은 지혜로 우주 탐사의 문을 열수 있었던 곳이 바로 여기 지구란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위대한 지성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 그들은 명성하며 호기심으로 가득 찬 용기 있는 인물들이다. 한발 더 나가서 현대는 학구적 탐험의 정신을 높이 사는 시대이다. 우리가 이러한 시대정신과 함께할 수 있다니 얼마나 큰 축복일까, 돌이켜 보건대 인류는 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잠시 지구라 불리는 세계에 몸을 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원초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감히 그 기나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것이다.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것들은 대체로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발견되고 만들어졌다. 지구가 '조그마한 세계'라는 인식 역시, 현대인들이 기원전 3세기라고 부르는 시절에 당시의 거대 도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비롯되었다. 그 무럅 알렉산드리아에는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를 시기하고 경쟁의 상대로 여겼던 어떤 사람은 그를 “베타”라고 불렀다고 한다. 베타는 알다시피 그리스 어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무슨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여지없이 세계 둘째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베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라토스테네스가 손을 댄 거의 모든 분야에서는 그는 '베타'가 아니라 아주 확실한 '알파'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천문학자이자, 역사학자, 지리학자, 철학자, 시인, 연극 평론가였으며 수학자였다. [천문학]에서 시작하여,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까지 그가 쓴 책의 제목만 보아도 그의 관심이 광범위하고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또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책임진 도서관장이었다. 어느날 거기서 그는 파피루스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남쪽 변방인 시에네지방, 나일강의 첫 급류 가까운 곳에서는 6월21일 정오에 수직으로 꽂은 막대기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짓날에는 한낮에 가까이 갈수록 사원의 기둥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점점 짧아졌고 정오가 되면 아예 없어졌으며 그때 깊은 우물 속 수면 위로 태양이 비춰 보인다고 씌어 있었다.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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