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의 형성과 특징
중국 문화는 중국인의 생각과 행동에 매우 깊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의 입신처세立身處世와 행동에 중국 문화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중국 문화는 매우 풍부하고 깊이가 있기 때문에 그 실마리를 끄집어내는 데 무척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중국인의 일상 생활과 행동 속에서 중국 문화의 정수를 추출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날까지 중국인은 줄곧 중국 문화를 고양시켜 왔으며, 중국인의 특징과 중국 문화의 특징이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도록 해왔다.
중용中庸 : 중용은 공자가 추앙하는 ‘지덕至德’으로 이상적인 도덕을 말한다. 중용지도中庸之道는 누적되고 응집된 결과로 이루어진 중화민족의 민족적인 지혜이다. 중용의 정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 있다. 이는 곧 만사를 과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도가 지나치면 하지 않음만 못하다는 의미다. 중용의 현실적인 의의를 현대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바로 ‘합리화’로 표현할 수 잇다. 기업 관리 측면에서의 중용지도는 바로 오늘날 사람들이 중시하는 ‘관리 합리화’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가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현실을 중시하는 동시에 결코 이상을 포기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진정한 중용은 보다 높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고 나날이 새롭게 발전하는 것이다. 중용지도는 처세의 최고 준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중용에 대한 단편적인 인식과 잘못된 이해로 말미암아, 중국인들의 생각과 행동에 비교적 큰 편차가 생겨났다. 그리하여 점점 보수적인 중국인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일에 부딪쳤을 때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되레 ‘남에게 미루거나, 남에게 맡기고, 남을 연루시키는’ 일에만 능할 뿐이다. 이는 ‘중용지도’가 중국인에게 가져다 준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화해和諧 : 중국인은 일찍부터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관념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사람이 자연과 유기적으로 통일화고 화해, 발전하는 사상이다. 천인합일에서의 ‘천天’은 원시적인 도덕관념과 원칙의 본질인데, 이런 원칙과 관념은 동시에 사람들 마음속에 고유하게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을 본위로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중국의 가장 원시적인 ‘인본주의’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의 가장 뛰어난 점은 ‘화해’로써 ‘투쟁’을 대신하고, ‘상호 협조’로써 ‘상호 경쟁’을 대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해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은 대다수 중국인들의 변치 않는 특색으로, 이는 중국 문화를 화합의 문화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인간 상호간의 관계와 관리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자와 피관리자가 서로 화和하며 상호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쌍방간에 심각한 모순이나 감정상의 대립이 발생한다면, 이는 중국인의 관계와 관리의 기본정신을 상실하게 됨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우호적인 협의를 통해서 먼저 문제된 일을 사소한 일로 ‘분해’시킨 다음, 점차 완전히 문제점을 ‘녹이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이렇게 해야 비로소 큰 일은 작은 일로 변하고 작은 일은 아예 없어지게 된다. 이것이 중국인의 ‘구화求和’ 사상이다. 전통 문화 사상의 영향으로 중국인은 성격이나 기질 면에서 예로부터 구화 사상의 일면을 표출해 왔다. 이는 곧 ‘화和를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대다수 중국인들의 사회 관계를 맺는 데 엄격히 지키는 신조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합심하기만 한다면, 어떤 사업이라도 순조롭게 풀려 나갈 것이다.
감응感應 : 중국인은 자체적인 문화 전통의 영향과 인간의 본능에 기초하여, 무슨 일을 하기 전에는 항상 그 일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 싶어한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이 점은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주역周易』도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일 정도이니 이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길흉에는 반드시 징조가 있어서 진심으로 감응해야 한다. 이러한 감응의 구체적인 표현을 ‘지세知細’라고 한다. 이는 아주 미세하고 작은 것까지 세밀하게 살펴, 그 실마리나 징조로부터 사물의 미래와 발전 추세를 예측함을 말한다. 그리하여 선견지명을 얻을 수 있고, 마침내 모든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관리자가 지세할 수 없다면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데 필시 경거망동을 초래해 모든 행위가 실효를 거둘 수 없고, 심지어는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중국인들은 여긴다. 관리자라면 잠복해 있는 위험을 미리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수많은 사사로운 문제를 해결해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인들이 늘 강조하는 ‘편안할 때도 앞으로의 우환을 염려한다[居安思危]’는 말이다. 어떤 문제라도 그 문제가 미미할 때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관리 태도라고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경세치용의 무실정신 : 중국인이 ‘무실역행務實力行(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함)’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상당수 중국인들은 철두철미한 실용주의자다. 중국 고대에는 과학과 기술이 화려하게 번성했으나 오늘날 그렇지 못한 것은 바로 실용주의가 낳은 나쁜 결과의 하나다. 중국인이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 영역의 탐색과 혁신은 매우 중시해 왔지만, 지금껏 과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세우지 못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인의 실용적인 측면은 실용주의를 확실하게 관철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무실역행하고 경세치용經世致用하는 심리와 이념은 꼬리를 물고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 전통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맹자는 원칙은 지키되 경직된 생각이나 진부한 이론에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임기응변의 정신은 높이 추앙했다. 중국인은 이런 임기응변의 이념을 ‘집경달권執經達權’이라는 네 글자로 귀결지었다. 여기에서 ‘경’이 가리키는 것은 통상적인 원칙과 제도를 말하고, ‘권’은 바로 임기응변을 의미한다. 중국인의 무실역행 정신은 모두 이 네 글자 속에서 체현되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원칙을 견지하는 기초 위에서도 융통성 있게 임기응변하고, 즉 도리만을 따르기보다는 약간의 융통성을 가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난관에 부딪쳤을 때는 무원칙적인 타협을 해 나갈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중국인의 성격과 기질
중국인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인의 성격과 기질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부단히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과정 속에서 각 방면의 특징에 매우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곡절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중국인의 내심에는 여전히 전통 문화의 영향이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것들에는 변화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른바 성격은 개인이 타인과 사물에 대해 갖는 태도와 행위방식에서 표현돼 나온 심리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질은 사람이 심리 과정에서 표현하는 강도와 속도, 안정성, 지향성 등의 심리적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엄격하게 말해서 성격과 기질은 결코 같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사회화 성격 : 사회화 성격이란 사회와 타인의 태도에 대해 자각하고 반응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독립적인 가치 판단을 하기 힘들고, 개인의 도덕관 역시 사회적인 가치 관념의 기초 위에서 형성된다. 전통적인 중국 사회는 바로 이 같은 양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의 사회화 성격은 두 가지 측면으로 표현되는데, 항상 자신의 행위가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지, 언행이 대다수의 사람과 어긋나지는 않는지 주의한다. 동시에 중국인은 항상 사회 또는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관념과 행동의 표준을 얻으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사회 속의 타인의 관념과 표준으로 자신을 구속하고 제한하며 평가하는 것이다. 중국인의 사회화 성격은 현대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많은 폐단을 가져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도전정신과 진취력을 구속시켰다. 이러한 중국인의 사회화 성격은 중국인에게 회피, 절제, 보수, 중후, 중용 같은 성격 특징을 만들었다. 깊이 들여다보면, 중국인의 사회화 성격이 중국의 전통적인 유가사상, 특히 중용지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용지도는 극단으로 치닫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런 관점은 사실상 사람들의 행위가 사회의 견해와 일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수를 따르는 심리 :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대세를 따르는 이런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다수를 따르는 심리’라고 한다. 중국인들 대다수는 시끌벅적한 것을 즐기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도 종종 시세時勢를 따르며 부화뇌동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다수가 나아가는 길이나 다수가 선택하는 방향은 의심할 바 없이 정확한 것이며, ‘대부대大部隊’를 따라 전진하는 데는 잘못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수에 섞임으로써 좀더 높은 안전감을 느끼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중국에는 “법法도 다수를 책망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가령 내가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다수에 속해 있다면 법령 또한 나를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정말로 모든 사람이 잘못을 했을 경우, 잘못이 옳은 것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다수를 따르는 현상은 중국이라는 토양 속에서 광범위한 기반을 갖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중국인들이 다수를 따르기 좋아하는 중요한 하나의 원인은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런 까닭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관이 없고 우유부단하며 눈치를 살핀다. 또 사람들마다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감히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고 앞장서 나서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앞장서는 사람의 뒤를 따르며 덕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온화돈후溫和敦厚 : 중국인은 현실 생활을 중시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능하여, 마음이 평온하고 태도가 온화하다. 중국인의 유구한 역사에 녹아 있는 풍부한 사상과 경험은 온화함이 처세의 좋은 방법임을 증명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단도직입적인 것을 싫어해서 완곡하게 말하여 그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자신의 태도를 선명하게 나타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의견 충돌을 빚는 경우에도 날카롭게 맞서 당장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적당한 때에 완곡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설명해 화기和氣가 상하지 않도록 한다. 중국인의 ‘화和’를 추구하는 성격은 분수를 지키며 낙관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현재의 생활에서 편안함을 추구할 뿐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이런 안분지족安分知足 사상은 사실 자고自古 이래 각 학파의 여러 사상이 민심에 깊이 스며든 결과이다. 중국인의 ‘구화求和’ 성향은 사회화 성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윤리와 도덕 규범이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함과 동시에, 커다란 제약이 되도록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중국인 다수가 한결같이 ‘화’를 추구하는 결과와 목표는, 사회의 화해와 안정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사회화 성격은 부단히 강화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중국인의 전형적인 성격의 특징을 형성하게 되었다.
안으로 오그라드는 보수적인 성격 : 보수적인 성격은 대다수 중국인에게서 나타나는 하나의 특색으로, 사실 순종이나 근면 혹은 검약이란 말도 본질적으로는 모두 보수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특성은 자신 혹은 사회를 위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고 하지 않고 과거에 머물며, 전통을 위해 그 책임을 다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중국의 봉건왕조 시대에 이른바 ‘개혁’과 ‘변법變法’이라 부를 만한 것은 매우 적었는데, 그 원인은 중국인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보수적인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오늘날의 중국은 이미 개혁개방의 대도大道를 걸으며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생활 속에서의 보수적인 성향은 대다수 중국인의 마음속에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 있다. 보수적인 성격은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사람들은 감정을 억제하고 자신의 내면 세계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아울러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낸다. 많은 중국인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심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며’ 새로운 사물을 받아들이는 데는 소극적이다. 아울러 일정한 절차나 규율에 따르기를 좋아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를 경시하거나 애써 피하려 한다.
모순된 성격으로 가득찬 중국인 : 중국인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대립된 성격이 조화되고 통일돼 있다. 사실 중국인의 화和를 추구하는 성격과 절제하는 성격은 모순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기에게 엄하고, 남에게 관대하라’고 요구하는데, 중국인은 이런 모순을 이해하여 하나의 화해의 정체整體가 되게 해왔다. 사실 중국인 대다수에게는 ‘표리부동’한 이중적인 성격이 존재한다. 이런 이중적인 성격은 중국인의 모순된 성격의 체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모순된 성격의 다른 일면은 바로 모순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중국인이 모순에 대해 조화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화합을 중시하는 전통 사상의 영향 때문이다. 화해의 원칙 밑에서 중국인들은 항상 모순을 조화롭게 풀어 나가기를 원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중국인들의 모순된 성격은 조화를 추구하는 성격에 비추어서는 부차적인 것이며, 조화를 추구한다는 큰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전제 하에서 모순된 성격이 표출된다.
중국인 특유의 인간관계와 교제 방식
중국의 사회·문화 환경 속에서 인간 관계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관리자가 반드시 장악해야 할 두 가지 필수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꽌시[關係]’와 ‘런칭[人情]’이다. 서로 잘 통하고 인정을 베풀 줄 알아야 순조롭게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관리 또한 장애 없이 해결될 수 있다. 중국인의 사교 방법에는 특정한 원칙과 규범이 있고, 동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인 규칙’도 있다. 그래서 중국인과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인정을 중시하라 : 중국인은 무엇보다 인정人情을 우선에 두는 민족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중국인의 수많은 사회 관계는 모두 잠재적인 인정에 따라 조절되고 처리되고 있다. “이 사람과는 인정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 사람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매우 혹독한 비판과 다름없다. 이와 반대로 “인정에 통달했다” 혹은 “사리에 밝다”고 하면, 이는 그 사람이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데 능숙하다는 뜻으로 찬미의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처세술에 능하다”고 하면, 이는 간계하고 교활하며 심지어는 인정을 이용한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인간 관계에서 사람과 사람이 교환 관계를 성립하는 데는 인정을 거쳐야 한다. 사회 교환 속에서 인정은 중요한 매개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그 교환이 인정에 의존하여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 “인정을 팔아라”, “인정을 구하라” 등의 말은 교환 특징을 표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그 사람에게 인정을 빚졌어” 등의 말을 듣게 되는데, 이는 인정도 교환 관계 속에서 손익이 있음을 명확히 나타내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빚을 떼먹는 것은 인정을 떼먹는 것만 못하고, 인정을 떼먹으면 사람 노릇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곧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빚지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돈이나 재물을 빚지는 것보다 심리적인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원적인 해법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겠지만, 이럴 경우 타인과의 교제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인 고립을 초래하는 결과를 피할 길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 빚을 지지 않기 위한 가장 유효한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인정으로 갚는 것이다. 인정은 금전이나 제물, 서비스 등의 구체적인 것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추상적인 정감도 포함하고 있다.
체면을 세워줘라 : 중국인이 ‘인정’ 다음으로 중시하는 관념은 바로 ‘체면’이다. 많은 중국인이 ‘다른 사람에게 높이 평가받는 것’을 생활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제 활동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체면을 살려주는 데에 매우 신경을 쓰는데, 이는 곧 그것이 자신의 체면을 세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두들 갈수록 체면을 중시하고 체면이 사회에서 발휘하는 작용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인의 인간 관계에서 체면이 있다는 것은 바로 자기의 이미지를 적합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더욱 많은 호감을 얻기 위해서이다. 자기 현시는 자기의 이미지를 잘 포장해서 어떤 방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자신이 더욱 체면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인을 관리하는 기업 관리자는 자기 이미지의 포장 노력을 완전히 없애서는 안 된다. 기업 관리자가 지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직원들에게 인식된다면 관리 업무에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적합하게 체면을 살리고 유지하는 동시에, 최대한 다른 사람의 체면을 높이고 돌봐야 한다. 각종 교제 관계에 대응하는 기교와 책략을 장악해야만 기업 관리 업무는 비로소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라 : ‘관계(關係·꽌시)’는 절대 다수 중국인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중요한 말이다. 관계라는 말이 가리키는 하나의 의미는 ‘정을 나누는 것[交情]’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관계가 좋다”고 한다. 동시에 관계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개인과 타인과의 배역 지위를 표시한다. 동학同學 관계, 동료 관계, 부모 관계, 사생師生 관계, 동향 관계, 부부 관계 등 이런 관계망은 바로 한 사람의 사회 관계를 나타낸다.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관계’에 무척 신경 쓰는데 이런 관계를 간단하게 말하면, 개인과 타인의 인간 관계를 서로 움직이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배역의 지위 관계와 교정 관계를 포괄하는 것이다. 중국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관계를 중시하는 이유는 관계가 형성되고 나야 비로소 일을 처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서로간의 왕래 정도와 친밀한 깊이에 따라 서로간의 관계 정도를 낯선 사람, 숙인熟人, 친구 등의 세 부류로 분류한다. 낯선 사람은 교정이 없는 사람을, 숙인은 일정한 교정이 있지만 감정이 깊지 못한 사람을, 친구는 서로간에 정의가 깊고 두터운 사람을 가리킨다. ‘친구’의 개념은 크게 확대되어 스스로 내왕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을 광범위하게 가리킨다. 본래의 친구라는 말은 ‘좋은 친구好朋友’, ‘진심 어린 친구眞心朋友’ 등으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관계’의 부동不同 즉, 감정의 깊고 얕음에 따라 사람을 ‘쯔지런[自己人](자기인)’과 ‘와이런[外人](외인)’으로 구분해 말하는 데 능숙하다. 통상 자기인과 외인에게 서로 다른 태도, 대우 그리고 평가 기준을 갖고 있다. 관계의 친소에 따른 차별적인 대우는 중국 사회의 특징이자 관념이다. 사람에 따라 법령과 규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거의 당연한 일처럼 됐고,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도 배경과 기회가 부족하다고 여길 뿐이다. 또한 중국인들은 다른 사람이 관계를 이용할 때 자신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손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방관하는 것이다. 이처럼 ‘관계의 지상至上’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관계를 끌어들일 줄 아는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관계학關係學’이란 신종 학문까지 생겨난 것이다.
중국인의 행동을 규정하는 가치관과 그 특징
사람의 행위는 맹목적이거나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내재된 동력과 가치 평가 기준이 있어 그 행위를 지도하고 구속한다. 가치 평가 기준은 그 사람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및 이런 기초 위에서 형성된 각양각색의 견해와 관념이다. 중국인의 행위에는 뚜렷한 특색이 있는데, 이런 특징은 많든 적든 간에 관리 방법과 업무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효율은 뒷전, 꾸물거리는 중국인 : 동양과 서양의 문화에는 현저한 차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서양 사람들은 시간을 중시하며 시간 개념도 확실하다. 하지만 동양인 특히 전통적인 중국인은 시간 관념이 그다지 투철하지 않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은 서방 국가에서나 유행하는 격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쉴 새 없는 접대와 유람, 관광, 연회 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정작 담판 문제에 있어서는 지지부진하며 시간을 끈다. 시간에 대한 중국인들의 이런 태도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자기에게도 이롭지 못한 것이다. 현대 중국인들의 관건은 촌음寸陰을 아껴 시간의 효용을 어떻게 최대화할 것인가에 있다. 시간 관념은 동시에 효율관을 결정한다. 중용지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일을 하는 데 서두르지도 천천히 하지도 않는다. 이런 태도는 한편으로는 진취적인 기상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외에 효율성이 낮다는 결점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개혁 개방 이후 ‘효율이 곧 생명이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특구에서의 중국인들은 과거의 시간을 질질 끄는 습성을 바꿔, 그들은 물론 외국인조차 깜짝 놀랄 경제 기적을 창출하고 있다.
집체주의 : 동양과 서양의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집체주의와 개인주의 경향이다. 중국인은 집단 속에서 나오는 지혜의 공능功能을 강조한다. 고도로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신념, 가치관을 갖고 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 개인의 성취는 곧 이상이다. 그러나 집단주의적인 국가에서 개인의 신분은 소속집단을 통해 표현되고, 정책을 결정할 때도 일반적으로 집단 명의로 한다. 이로 인해 창조성, 진취적인 정신 등을 말살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구분과 경계가 모호하게 되었다. 양자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일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서방인들은 ‘단결된 역량’ 등의 집단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반면 중국인들은 구성원의 개성과 자아 발전 요구 등 개인주의적 요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마마후후, 되는 대로 대충대충 : ‘마후馬虎’의 뜻이 성실하지 않고 세밀하지 않으며, 정확하지 않고 심지어 조리나 순서가 없으며 대충대충 처리하는 일본어에서 사람을 욕할 때 쓰는 ‘마록馬鹿(’빠가야로‘와 같다)’, 즉『사기史記』의 ‘지록위마指鹿爲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관 월고는 진시황이 죽은 뒤 우둔한 막내아들을 황제로 삼아 마음대로 조종하였다. 어느 날 황제에게 사슴을 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폐하, 한 필의 말을 헌상하옵니다.” 그러자 어린 황제는 “참 이상하다. 분명히 사슴인데”라며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대신들은 월고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황제에게 이렇게 한 목소리를 냈다. “확실히 말이지 사슴이 아닙니다.” 훗날 일본인들은 말과 사슴을 분간하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을 일컬어 ‘마록’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기에서 연상해 보면 ‘마후’란 말이 유래된 경위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마마후후’는 말이든 호랑이든 상관없이, 어떻든 동물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일종의 엉성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자신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 절대로 ‘마馬’ 하지도 ‘후虎’ 하지도 않고 확실하게 처리한다. 자기와 무고나한 일이라면 설령 하늘만큼 큰 일이라고 해도 감당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중국인들의 ‘마후’한 습관이 만일 비즈니스 활동에서 표현된다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임시변통의 계책이 있어서 계약을 협의하고 체결, 이행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에게 ‘고통’을 안기곤 한다. 외국인들은 관리 업무에서도 털끝만치의 ‘마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 중국인들은 대충대충 마음가는 대로하는 심리 상태를 극복하고, 성실하고 신중한 업무 풍토를 배양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불필요한 손실을 면할 수 있으며 더 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중국인의 업무원칙
전심전력 하나, 목숨을 바쳐서까지 하지는 않는다 : 중국인들은 ‘재물을 욕심내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체면을 중시한다.’ 그 중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목숨을 바쳐 일하지 않는 것’이고, ‘체면을 중시한다’는 것은 ‘힘껏 일한다’는 말과 통한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한편으로 전심전력을 다해 일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심혈을 기울여 목숨을 보전한다. 힘껏 일하지 않으면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없고 성공을 거두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하지만 목숨을 바쳐서 일하라고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힘써 노력하나, 공功을 다투지는 않는다 : 중국인들은 “공로는 단숨에 잊혀지지만, 잘못은 오랫동안 기억에 깊이 남는다”는 말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공은 없고 잘못만 남는’ 상황은 “공을 세우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속담으로 나타났는데, 중국인은 ‘힘껏 노력하나, 공을 다투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 한다. ‘힘껏 노력하는 것’은 과실을 줄이는 것이고, ‘공을 다투지 않는 것’은 공로를 얻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일을 잘하는 것이지, 만일 단지 체면을 세우려고 다른 사람들과 다툰다면 ‘공을 다투지 않는다’는 말의 참뜻을 잃고 말 것이다.
중국인에게 맞는 관리 방식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에서 표현되어 나오는 행위의 특징들에 대해 주로 다뤘다. 이런 특징들은 당연히 조직과 사회의 관리 활동으로 반영돼 나온다. 여기에서는 중국인의 기본적인 특성 위에서 그들의 관리 방면에서의 독특한 행위를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
중국식 관리의 목적, 수기안인修己安人 : 중국식 관리의 주요 목적은 바로 ‘안인安人’이다. 즉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노력하게 하는 데 관리의 의의가 있다. ‘안’ 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한편으론 그 사람의 능력에 걸맞는 위치에 배치시켜 인력 자원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한편으론 이런 노력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조직의 상하가 일심협력하고 안정과 단결을 도모하는 생동적인 국면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의 ‘구안求安’ 정신은 전통적인 것으로서, 공자의 “부족한 것을 근심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근심하며, 가난한 것을 근심하지말고 자신의 분수에 안주하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는 말을 믿고 충실하게 받들어 왔다. 관리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표는 물론 이윤창출이지만, 이 외에 조직 구성원이 편안함 속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관리자에 대해서 관리자가 진심을 다해 가족처럼 대한다면, 그는 자발적으로 일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관리자가 ‘수기修己’를 해야만 비로소 안인을 할 수 있다. 이른바 수기는 관리자에게 솔선수범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피관리자에게 ‘자기 관리’ 의식을 높일 수 있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수기안인修己安人’은 먼저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고 조절함으로써 하나의 양호한 인간 관계와 환경을 만들어낸다.
세 번 생각하고 행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 중국인들은 만사에 준비를 단단히 한 뒤 행동해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무릇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공자의 가르침으로, 후세의 중국인들이 지켜야 할 법도가 되었다. 매사에 여러 결과를 고려해 가장 좋은 측면과 최악의 상황을 모두 생각해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정확한 처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학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정책 결정의 신중함과 효율은 서로 모순적이다. 만일 모든 일마다 심사숙고한다면 기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매사에 지나치게 좌고우면左雇右眄하는 경향에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 말하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의미
사람 관리는 실천에서 나오고 실천에서 운용되는 과학이다. 관리의 묘미는 종종 말을 할 수 없는 데에 있다. 본래 중국에서 상대방의 의도는 말이나 서면상의 글로만 반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 내재된 함의를 세밀하게 곱씹어 보고 심지어 표정과 안색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살펴야만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관리 행위중에서 단지 듣기만 하고, 보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에둘러서 말하는 중국인 : 중국인들은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에둘러서 말하기를 좋아하거나 혹은 말하기가 겸연쩍은 경우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사를 미루어 알아차리도록 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과 말을 할 때는 절대로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만을 들어서는 안 되고, 그 내재된 깊은 뜻을 알아차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같은 일을 두고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많아, 그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마치 오리무중에 빠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영국인은 그저 ‘데드dead'란 한 단어만 사용해도 그 의미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라면 매우 번거롭다.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자를 곧바로 말할 수 없고, 최대한 완곡한 어법을 사용해야 한다. 정리하여 말한다면 결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인들 대부분은 언어 수사에 있어 상당한 고수들이다. 무슨 쌍관(雙關)이니 비유(比喩)니 등의 수법을 사용하는데, 가히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인들이 에둘러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상황을 피하기 쉽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체면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생각이야 거칠고 속되다 해도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우아하고 완곡한 말과 표현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런 에둘러서 말하는 습관에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에 인간 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때로는 단지 눈빛이나 신체 언어로만 풍부하고 완벽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데, 이는 당연히 ’말로 생기는 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국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표현 방식에 도대체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사방을 살펴 보라 - 종합적으로 보는 능력 : 중국인들은 항상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 것을 본다’고 말하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말만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무조건 듣지 않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이기도 하고, 타인이 말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즉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항상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데 신경을 쓴다. 상대방이 자신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의 행위는 비교적 함축적이어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다른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 가를 보는 것’이 ‘다른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 가를 듣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말없는 가운데에 있다 : 대다수 중국인은 경계심이 매우 많다. 대부분은 말하는 사람의 말과 얼굴을 살펴 그 내심을 탐지할 수 있지만, 세상 물정에 밝고 처세에 능한 사람의 경우라면 어떤 특징을 간파해 내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경계심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친숙한 사람의 면전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마련이다. 성실한 태도로 타인을 대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람은 참말을 말한다’고 느끼도록 한다면, 그는 ‘사람을 대하여 말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명백하게 말하며 속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중국인은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점까지는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직 성실하게 사람을 대해야만 진실된 말을 들을 수 있다. 말을 할 때나 말을 들을 때나 성실을 근본으로 하는 것이 중국인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는 (9가지) 이야기 - 역자가 추가한 글
중심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산층 : 중국에서 중산층이라는 단어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인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개념이다. 노동자와 농민 등 무산계급에 의해 1949년에 성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 서문에는 무산계급이 타도해야 할 주적主摘으로 자본가와 소자본 기업주를 지목했지만, 이제 이들은 시장 경제의 도입과 함께 중국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주도계층인 중산층에 대한 개념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관과 학자별로 차이가 많지만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2004년 9월 보고서를 통해 중산층 인구가 전체의 15%인 약 2억 명 안팎이라고 추산했다. 이들은 여가를 즐기고, 자녀 교육에 상당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직업과 사회적 위치로 보면 중산층은 엔지니어와 기술자, 사무 전문직 등 정신노동자로 기업의 중간 간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에는 지역간, 도시와 농촌간에 불균형 발전의 부작용이 있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는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산층의 발전이 이러한 불균형 발전과 빈부 격차로 인한 갈등 해소에 막중한 역할을 해, 중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타도해야 할 주적이 이제 보호받고 육성되어야 할 주체로 떠오른 것이다.
최대 소비주력군으로 떠오른 소황제小皇帝 : 소황제(샤오황디)란 말은 겨우 3세 때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자리에 오른 푸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소황제는 1980년 중국의 한 자녀 낳기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태어나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한 ‘귀한 외동’들을 말한다. 1970년대에 마오쩌둥이 구상하고, 1979년 12월 덩샤오핑이 착수한 ‘독생자녀제獨生子女制(1가구 1자녀 낳기)’가 그 유래이고 출발이다. 이들 소황제들은 뛰어난 창의성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세대란 부정적인 비판을 더 많이 받고 자라온 세대다. 이들을 비꼬아서 ‘쓰얼야오하이즈’란 말이 있을 정도다. 친조부·친조모·외조부·외조모(4)와 부모(2) 모두가 하나뿐인 손자 손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뜻이다. 중국의 인구통계학자들은 25세 이하 국민 중 도시 지역에 사는 20%(약 1억 명) 정도를 한 자녀 가정에서 성장한 소황제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개혁개방 정책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소비 성향이나 생활 방식 등이 기존 세대와는 매우 다르다. 이들은 고품질 소비를 추구하며 구매력 또한 매우 강하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세계적인 기업들이나 국내 업체들이 이들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들이 소비 시장의 최대 주력군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밑에는 대책이 있다 : 상유정책, 하유대책 : 중국인과 중국에 관한 얘기를 나눌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위에 정책이 있으면, 밑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인데, 상부에서 아무리 의욕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을 독려하더라도, 이를 시행하는 하부 기관에서는 지시대로 이행하지 않고 빠져나갈 방책을 세운다는 의미다. 쑤저우와 항저우, 즉 고궁과 서호의 아름다움을 말한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抗(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의 형식을 빌려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손님 접대에 공금을 낭비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손님에 대한 요리를 열 접시에서 다섯 접시로 제한했다고 하자, 그런데 ‘아래’에서 열 접시의 요리를 큰 접시 다섯 개에 두 가지씩 담아낸다면 결과는 이전과 같은 꼴이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관료들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사형 등 극약 처방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이처럼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아래’의 ‘대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유정책, 하유대책’은 중국 사회의 단면을 말해 주는 것으로 특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중앙의 정책과 상부의 말이 지방과 하부로 내려와서는 상당히 왜곡되어 시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상부의 말만 믿고 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못 믿을 경제통계 : 홍콩의 유력 영자지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004년 11월 10일 중국의 31개 성·자치구·직할시의 2004년 1~9월 국내총생산GDP을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를 보도했다. 그 결과 30개성·자치구·직할시는 모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전국 평균 성장률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통계 수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지방 정부들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과열 경기를 막기 위한 긴축 정책이 성공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중앙 정부가 GDP 수치를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 사회의 ‘중국 경제 과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성장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분석가들은 지방 정부의 관리들이 경제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중앙 정부에 과시하기 위해, 성장률을 부풀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2년 2월에도 중국국가통계국은 6만여 건에 이르는 각종 경제 통계가 상습적으로 조작됐다는 사실을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냈다고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공산당 일당 체제 하에서 당이 통계 기관을 감독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통계는 왜곡되어 정확한 통계 집계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한류韓流 열풍이 멈출 줄 모르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한류漢流 열풍도
식을 줄 모르고 열기를 더하고 있다.
기업들은 앞을 다투어 중국에 진출하며
중국 시장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앞서 한국 기업의
최대 투자지역이 된 데 이어
최대 수출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특히 한국에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날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절박하고도 절실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시로 들려오는 중국인들과의 마찰과 분쟁,
또는 중국 비즈니스에서의 어려움은 중국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대처가
부족했음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관리의 성패는 관리의 효율에 달려 있고,
관리의 효율은 관리의 기교에 달려 있으며,
관리의 기교는 관리대상에 대한 이해에 달려 있다.
중국인에 대한 이해는 중국에서의 기업관리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를 판가름 짓는 관건인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인이 직접 쓴 그들의 심리와 행동 분석서이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 할 경우,
중국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한 뒤 중국인을 상대하고
관리하라는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다.
또 이 책은 중국인이 외국인과
내국인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중국 전통의 많은 고전과 사례를
통해서 중국인의 생각과 행동의
원천을 짚어내고 있다.
'책 > 그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1 - 김하중 지음 (1) | 2021.02.12 |
---|---|
공산당도 팔아먹는 중국재벌 - 미야자키 마사히로 지음 (1) | 2021.02.11 |
13억의 중국 20억의 기회 - 이학진 지음 (4) | 2021.02.09 |
중국인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 리니엔꾸 지음 (6) | 2021.02.08 |
중국인의 상도 - 이상준 지음 (0) | 202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