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김의철 지음
프리윌 / 2017년 6월
왜 똑같이 행복하지 않을까?
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 2009년이다. 학부모 50명쯤을 모시고 자녀교육 오리엔테이션을 한 적이 있었다. 예습, 복습, 체벌ㆍ칭찬이 주제였다. 어머님들 감동이 워낙 커서 한껏 흡족하여 강의실을 나오는데, D 엄마가 환한 웃음을 띠며 따라 나왔다. 서구식 미모를 갖춘 분이었다. ‘옳거니, 내 전화번호를 따려고 하시는구나!’ D에게는 중2, 초6 딸 둘이 있다. 작년부터 이 두 ‘뇬’들이 어찌나 대드는지 세상 살맛을 잃고 있었는데, 오늘 그 답을 찾아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D의 아버지는 대단히 엄한 분이었다. 딸의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물론 집에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종아리를 걷어야 했다. 덕분에 D의 성적은 중위권을 그럭저럭 유지했고, 덕분에 남 보기 과히 창피하지 않은 대학에 진학했다. 덕분에 중간은 조금 넘는 남편을 만났고, 덕분에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D는 당연히 친정아버님의 엄한 가정교육방식을 자신의 딸들에게도 적용했다. 그런데 큰딸이 5학년이 되자 ‘엄한’ 엄마에게 감히 따지고 들더라는 것이다. 기가 막혔지만, 완력으로 더 엄하게 밀어붙였다. 헌데 공교롭게도 둘째가 5학년이 되자 언니가 하던 짓을 그대로 반복했다. 인생의 회의가 들려는데, 설상가상!! 이제는 엄한 엄마에게 두뇬이 합세해서 ‘바락바락’ 대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강연회에 와서 공짜로 10년 숙제가 풀렸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 해답은 뇌였다. 외할아버지 뇌, 엄마 뇌, 딸들의 뇌가 모두 달랐던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다르다. 수학시간이 기다려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예 수학시간 내내 잠만 자는 학생도 있다. 쉬는 시간에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를 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생명력 넘치는 눈빛을 보내는 학생도 있다. 같은 학생이라도 음악시간에는 펄펄 날다가 미술시간에는 살충제 덮어쓴 파리가 되기도 한다. 같은 부모 밑의 형제도 엄청나게 다르다. 첫아이 키운 방법이 성공적이어서 둘째에게도 같은 방법을 적용했다가 뜨거운 맛을 보았다는 비율이 80%를 넘는다. 엄마에게 보약 같았던 공부방법이 아이에게 독약이 되는 경우도 50%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어떤가? 모두 똑같이 키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같기는 한데, 다르게 키우지는 않는다.
학교는 어떤가? 한술 더 뜬다.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가르친다. 창의적인(엉뚱한) 질문은 대개 무시당하거나 조롱감이 된다. 이해력이 늦은 아이, 빠른 아이가 섞여 있어도 진도는 똑같다. 교육선진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우리나라 공교육을 보고 창의적 인재의 무덤, 또는 열 명 중 여섯 명을 포기하는 교육이라고 평한다. 행복학교가 절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행복할까? 한마디로 각자의 뇌에 따른 맞춤교육(Personalized Education)이 필요하다. 맞춤교육이라면 일대일 교육을 말하는가? 아니다. 아이들은 백 명이면 백 명이 다 다르다. 그렇다고 백 명의 선생이 백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는 없다. 획일적 방법은 물론 안 된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주로 세 부류, 특별한 경우에는 다섯 부류로 나누어 교육하기만 해도 충분한 교육적 열 개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적 맞춤 교육이요, 행복한 학교의 매스터키다.
행복을 뇌에게 묻다
왜 서로 다른가? - 뇌 때문이다. 좌뇌, 우뇌가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변의 운명인가? 불변이 아니라 가변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희망 속에 사는 이유이며, 인류가 발전한 원동력이며, 행복의 근원이다. 뇌는 인체의 사령부다. 뇌는 우리 인간의 능력과 행동을 지배하는 최고중추이다. 그 복잡 미묘함과 무궁무진한 신비함 때문에 ‘소우주’ 또는 ‘생물학의 마지막 프런티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밝혀낸 뇌의 신비가 아마도 전체의 5%쯤이나 될까 하는 것이 뇌과학계의 의견이다.
뇌는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다. 어느 뇌과학자의 접근방법도 뇌의 비밀을 시원스레 풀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코끼리 만지기라고 비유할 만하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다른 동물보다 훨씬 발달한 두뇌 덕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자신들의 두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뇌는 인간이 인체에서 풀지 못한 모든 비밀을 풀 수 있는 만사형통의 통로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하늘의 비밀로 가득한 곳이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한다. 신경세포 하나가 평균 1000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고 보면, 모두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는 셈이다. 독자 여러분께서 꼭 기억하실 점이 있다. 시냅스의 개수가 아니다. 이들 시냅스가 고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의 활동에 따라서 생성, 강화, 약화, 소멸 등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후천적 영향 : 사람을 서로 다르게 하는 짓은 무엇일까? 뇌 내적인 요소도 있고, 뇌 외적인 영향도 있다. 뇌 밖의 요소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규칙적, 반복적 훈련 - 우리 뇌의 커다란 특징 중의 하나는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한 지식을 입력하여 저장하는 것은 물론, 고도의 기술도 반복되는 훈련에 의해 입력된다. 이때 우리 뇌에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신경세포의 수는 당연히 늘어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서로 다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어릴 때, 피겨스케이팅을 전혀 못하던 김연아 선수가 지금은 전 세계 행복의 아이콘이 된 것을 보라. 신체적인 운동은 몸뿐 아니라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 걷기나 그 밖의 규칙적인 운동이 두뇌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운동 이외에도, 일기쓰기, 바둑훈련, 심지어는 젓가락질까지도 뇌기능을 좋게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뇌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지수도 올라간다는 뜻이다.
숙면 - 숙면을 취해야 하는 이유가 피로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잠자는 동안 쓸데없는 기억을 지우는 대청소작업이 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미국 워싱턴대와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초파리를 통해 수면과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초파리는 평균 6~8시간 잠을 자며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신체적 정신적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인간의 수면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깨어 있는 동안 두뇌 활동을 하게 되면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냅스에 기억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쌓이게 된다. 뇌는 무한정 시냅스를 만들어 내거나 단백질을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깨어 있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하지만 일단 잠을 자면 시냅스에 쌓인 단백질이 30~40% 줄어든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담고 있는 시냅스가 없어져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 컴퓨터 처리속도가 느려질 때 ‘디스크 정리’를 통해 임시저장 파일을 제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어폭력이나 인터넷 중독 - 후천적 영향으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악영향을 주는 요소도 많다. 한두 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은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성인 63명의 뇌를 조사한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들보’와 ‘해마’ 부위가 위축된 것을 발견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중학교 시절의 언어폭력이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팀은 서울의 고등학교 학생 389명과 여중학생 253명 등 총 64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인터넷에 중독된 여중생의 경우, 어휘력과 수리력 평가에서 또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인터넷 중독 기간이 길수록 수리력이 떨어지고, 중독된 나이가 어릴수록 숫자 암기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누구인가? 어른이다. 어른이 아이들의 불행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더욱이 자신의 자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전적 요인 : 사람을 서로 다르게 하는 요소는 뇌 내적인 것도 있고, 뇌 외적인 영향도 있다. 이번에는 뇌 안의 요소를 살핀다.
신경전달물질 - 2010년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2012년 주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서진환, 같은 해 여의도에서 과거 직장동료와 행인에게 칼부림 난동을 부린 김 아무개 등을 우리는 보통 정신질환자로 부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뇌속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주요 신경전달물질로는글루타민산염, 세로토닌, 도파민, 멜라토닌,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엔도르핀이 있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는 뇌의 부위에 따라 기능별로 다양하다. “범죄자들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뇌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감정이 뇌를 지배하게 된다. 공격적 성향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 물질이 너무 많으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에 집착하고, 우유부단해진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이와는 정반대로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따라서 너무 많은 노르아드레날린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며, 양이 너무 적으면 냉철한 사람이 되게 한다. 연쇄 살인범, 무자비한 살해범들이 이러한 경우다.
뇌들보 - 뇌들보(Corpus Callosum)는 좌우뇌를 연결하는 백질 띠다. 3억 개의 신경 섬유로 구성되어 있으며, 좌우뇌 사이에서 초당 최대 40억 개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쪽 뇌에서 하나의 정보가 뇌들보를 통해 반대쪽으로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0.4~0.6초이지만, 길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한편, 백질 중에서 뇌들보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성이 높다. 여성은 2.4%, 남성은 2.2%이다. 따라서 이런 비율의 차이가 여성이 감성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남성보다 좀 더 빨리 처리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좌뇌와 우뇌 - 과거, 척추동물 연구에 의하면, 좌뇌와 우뇌의 기능 분화가 뚜렷하다. 즉, 물고기, 개구리,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의 좌뇌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보나 일상적인 행동을 관장하며, 우뇌는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거나 특별한 감정표현 등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좌뇌가 담당하는 일상적 행동이란 먹이를 취하는 일 등이고, 우뇌가 담당하는 위기 대처란 외부 침입자나 돌발적 공격으로부터 탈출하는 일 등이다.
1990년대 이후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획기적인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어떻게 나누어져 있는지가 척추동물 이상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왜 서로 다른가 하는 점이 보다 선명하게 밝혀진다. 이와 관련된 신경학자들의 수많은 연구를 여기에 모두 옮길 필요는 없겠다. 다만, 핵심적인 내용만을 알려드려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전두엽-뇌의 사령부 -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뇌를 알아야 하고, 뇌를 알기 위해서는 전두엽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전두엽은 그만큼 독특하고 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전두엽은 뇌의 중앙처리장치(CPU)이다. 인간의 CPU를 연구하면서 뇌과학자들은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새로운 과제를 접할 때 전두엽으로 혈액의 이동이 활발했으나, 이 과정이 익숙해지자 혈액 이동이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대신 뇌의 다른 부위가 익숙해진 과제를 넘겨받았다.
그럼 좌뇌의 전두엽과 우뇌의 전두엽은 같은 일을 하는 것일까? 앞에서 우리의 좌우뇌가 각각 ‘익숙함’과 ‘새로움’에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듯이, 양쪽 전두엽 역시 각각 분화된 기능을 가진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실험참가자들이 새롭고 알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동안 우전두엽이 좌전두엽보다 더 활발해 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험참가자들이 그 과제를 연습하고 숙련할수록 좌전두엽이 더 활기를 띠었고 유전두엽보다 혈류의 이동도 많아졌다. 즉,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는 우전두엽이 주로 활성화된다. 그러다가 연습을 통해 과제에 익숙해지면 좌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다음 그 경험을 뇌 조직에 새기기 시작하면 혈류는 뇌의 뒤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어떤 새로운 정보를 만났을 때, 이것이 나에게 행복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누구인가? 우전두엽이다. 이런 행복정보는 어떻게 되나? 좌뇌로 넘겨진다. 좌뇌는 이를 고이 포장해서 뇌의 어느 곳엔가 저장한다. 만약 얼마 후, 다시 똑같은 정보를 만나면 어떻게 되나? 이번에는 우전두엽이 나서지 않는다. 좌전두엽이 나서서 이미 저장된 것과 똑같은 행복정보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온몸에 명령을 내린다. 행복하라!
타입을 1,2,3,4,5가지 나누고 그에 대한 대처법
행복한 학교로 가는 길 : 두뇌 맞춤교육
행복한 선생님 - 독서 많이 시키는 비결 : 독서! 우리나라 엄마들, 그리고 초등 선생님에게 독서는 영원한 갈등요인이다. 어릴 때 영양가 좋은 책 많이 읽고, 지혜와 총명이 무럭무럭 자라주면 좋겠는데, 주야장천 TV 아니면, 게임 아니면 폰이다. 저러다 눈 나빠지면 어떡하지? 이래서 우리 엄마ㆍ아빠, 그리고 선생님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아이들 역시 불운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어른들을 잘못 만난 탓이다.
왜 어른인데도 신문조차 읽기 싫을까? 왜 빽빽한 글을 보면 짜증부터 날까? 혹 손에 잡았더라도, 왜 그림이나 사진, 제목 반 보고 던져버릴까? 답은 간단하다. 뇌 속에 ‘문자해독 기능’이 아주 적은 까닭이다. 운동 기능이 부족하면 아무리 연습해도 수영, 축구, 탁구를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그렇다면 대부분 문자를 읽고, 이해하고, 기억해야 하는 공부는 어떻게 했다는 말인가? 그 답도 간단하다. 하기는 했겠지만 필경 성적이 나빴다. 못하는 걸 강요당했으니까.
아이들도 어른과 똑같다. ‘문자해독 기능’이 내장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독서란 경원의 대상이다. 교과서도 저 삼촌 묘 벌초하듯 하고, 필기도 쓰는 게 아니라 그린다. 시험을 쳐도 글자를 모양으로 본다. 자연히 틀린 게 많아지는데, 허구한 날 핑계가 ‘착각해서 틀렸단다. 이런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하거나, 독후감을 요구하는 것은 역효과다. 갈등만 증폭되고, 아이들은 책을 더 멀리하게 된다. 대책은 없나? 좋은 대책이 있다. 문자 해독기능이 부족한 우뇌아이들의 독서증진대책을 보자.
첫째,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책을 읽게 한다. 문자 해독기능이 약한 우뇌아이들에게 글자만 빽빽한 책이란, 마치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보는 책이다. 밤중에 자갈밭 걷기다. 뭐가 뭔지 안 보이는 것이다. 만화가 좋다. 큼직한 글자가 조금 있고, 그 글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그림이 있다. 문자 해독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적격이다. 이해가 잘 되는 형상이 곁들어져 있는 까닭이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만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액션, 연애, 판타지가 주류였다. 일본만화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학습만화가 쓰러져가던 출판사들을 살리고 있다. 학습만화는 누가 볼까? 당연히 문자 해독기능이 약한 우뇌아이들이다. 또 있다. 좌뇌 학생도 본다. 재미있으니까 이해가 잘 안 되던 부분도 이해가 잘 되니까 눈의 피로도 적으니까 진도가 잘 나가니까.
학습만화 출판은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우뇌인들이다. 우뇌인들은 어렸을 적에 대부분 만화를 즐겨 보았다. 만화와 친숙하다. 만화를 사랑한다. 공부도 만화로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그들의 꿈이었다. 그 꿈을 그들 손으로 이룬 것이다. 좌뇌인들이 지배하던 출판계가 우뇌인을 중용하자 생명의 동아줄도 함께 내려왔다. 사각형 칸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화와는 달리, 그림책은 칸이 없다. 더 우뇌 적이다. 글자의 양도 만화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림책은 문자 해독기능이 거의 없는 유아용으로 쓰인다. 그림책 역시 책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 좋은 책이 된다.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림책 중에는 글자의 양이 적은 것도 있고 많은 것도 있는데, 자기 수준에 맞춰 읽으면 된다. 독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독후감이다. 우선 좌뇌 학생과 우뇌 학생의 독서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이 특징은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거의 그대로 해당된다. 우뇌 학생은 독서 후에도 줄거리나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별로 남지 않는다. 재미있었다든가, 무서워서 조마조마했다든가 그런 느낌만 남게 마련이다. 이런 우뇌 학생들은 독후감이 겁난다. 쓸 것이 없는데 무엇을 쓴다는 말인가? 그러나 우리 엄마들이 이걸 그냥 둘 리가 없다. 몽둥이라도 들어서 쓰게 만든다. 이런 고역이 또 있을까? 아이는 그나마 즐기던 독서 그 자체가 아예 혐오의 대상이 된다. 대단한 악순환이다. 독서 권장이 아니라 독서 정 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도 잘하고 독후감도 그럴듯하게 써내는 좌뇌 학생은 전체의 얼마나 될까? 초등학생의 경우 30% 안팎이다.
문제의 본질은 우뇌 학생이다. 전체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이 학생들이 책을 즐겁게 읽고 독후감도 술술술 쓰게 할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다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답은 말로 하는 독후감이다. 처음에는 횡설수설할 수도 있다. 한두 시간쯤 후에 다시 시켜본다. 조금 나아질 것이다. 이런 정도에서 글로 쓴 독후감이나 마찬가지 대우를 해준다면 우뇌 학생은 상당히 신이 날 것이다. 독후감 쓰는 부담을 덜었으니 신이 나고, 말을 실컷 해서 에너지를 얻었으니 더욱 신이 나지 않겠는가?
명백한 증거를 하나 보여드리겠다. 독서토론이라는 것이 있다. 말로 하는 독후감이 발전한 형태다. 몇 명씩 그룹을 지어서 토론을 시키면 대단히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평소 독후감을 잘 쓰는 좌뇌 학생들은 발언을 조금밖에 하지 않지만, 독후감을 못 쓴다고 타박을 받던 우뇌 학생들은 대단히 활발하게 발표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술술술 나온다. 우뇌 학생에게는 말로 하는 독후감을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단히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이들은 문자보다는 귀로 듣는 것이 훨씬 이해도 잘 되고 즐겁다. 그래서 TV를 항상 켜놓으려고 한다. 잠이 쏟아져도 끄지 않는다. 신문은 구독 자체를 하지 말자고 한다. 이런 사람이 우리 국민의 60%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출판업이나 서점이 일본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짐작되실 것이다.
행복한 엄마 - 칭찬하는 방법, 때려주는 방법: 사람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양육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공부방법도 달라야 하고, 가정교육 방법도 달라야 한다. 사람뿐인가? 밥짓기도 마찬가지다. 같은 쌀밥도 햅쌀이냐 묵은 쌀이냐에 따라 밥짓기가 다르다. 잡곡도 무슨 잡곡을 섞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런 걸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짓다가는 누룽지만 잔뜩 생기던지 곤죽이 되고 만다. 하물며 사람이랴! 획일적 원칙하에 양육하다가는 내 아이가 새카만 누룽지가 되던지, 곤죽이 되고 만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집 자식, 상놈의 집 자식이라는 말을 썼다. 요즘은 그런 말은 없지만, 다른 표현으로 은근히 구별한다. 뼈대 있는 집 자식, 또는 막되 먹은 집 자식. 구별이 되니까 구별하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로 구별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왜 이런 구별이 생기나? 가정교육의 영향이 가장 크다. 가정교육이 잘 되고 못 됨은 인성교육이 좌우하고, 인성교육의 대부분은 부모의 가치관, 솔선수범, 그리고 칭찬과 꾸지람이 차지한다. 칭찬이나 꾸지람을 얼마나 해야 하나?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두뇌특성별 칭찬이나 체벌에 관해서는 세 타입 간의 차이를 정리하여 요점만 기록한다.
우뇌인 - 칭찬 많이 듣기와 말 많이 하기가 삶의 2대 에너지원이다. 그만큼 칭찬을 많이 들어야 한다. 이것저것 생각 말고 인심 팍팍 쓰시기 바란다. 과장해서 칭찬해도 무방하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 보는 데서 칭찬하면 더 좋다. 단, 이렇게 칭찬하면 반드시 오버한다. 그래서 한 번씩 따끔하게 야단쳐야 한다. 초중생에게는 9:1의 원칙을 적용하면 좋다. 9번 칭찬하고 한 번 때려주는 것이다. 우뇌 초등학생들은 필히 맞아야 한다. 맞아야 한다니까 죽기 살기로 패는 부모가 있다. 그건 아니다. 틱이나 난독증, 심하면 ADHD 증상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놓고는 필자에게 와서 자기는 아이를 절대 안 때린다고 시치미 뗀다. 그러면 치료만 늦어진다. 때리는 부모가 열 받으면 안 된다. 맞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짐을 받으면서, 약속한 만큼만 때려주어야 한다. 사랑의 매여야 한다. 어른에게도 9:1의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 어른도 오버한다. 아랫사람이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또래면 화끈하게 면박을 주고, 윗사람이면 멋지게 헤딩을 해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칭찬해주는 사람을 밟는다.
좌뇌인 - 칭찬이건 체벌이건 이치에 맞아야 한다. 어른 중에는 아이들에게 칭찬하는 것이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다다익선은 우뇌인들에게만 해당한다. 좌뇌인 칭찬은 정확해야 한다. 칭찬받을 일이 있는데 안 해주면 노여워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과하게 해 주면 한두 번은 그냥 지나갈지 몰라도, 바로 사리를 따져본다. 저 사람이 왜 나를 과하게 치켜세우니? 무엇에 이용해먹으려고 저러나? 좌뇌인 칭찬은 보태지도 빼지도 말아야 한다. 95점 받았으면 95점만큼만, 정리정돈을 잘했으면 잘한 만큼만 해주면 된다. 성과에 딱 부합하게 해주라는 뜻이다. 인정하는 기분으로 해주는 게 좋다. 이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하나? 좌뇌인은 대부분의 아이들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원리다. 따라서 좌뇌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냥 말로 꾸짖으면 된다. 꾸짖되 논리를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왜 잘못인지, 전에 어떻게 약속을 했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을 따져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하나 더. 꾸짖기로만 끝내 버리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걸맞은 불이익을 줘야한다. 그게 논리적이다. 청소, 용돈 줄이기 동생 업어주기, 설거지 등.
균형발달인 타입 - 좌뇌인 칭찬하기보다 조금 더 어렵다. 좌뇌인처럼 성과에 딱 맞는 칭찬을 해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래?’ 또는 ‘거참 쑥스럽구먼.’ 또는 ‘당신 요즘 철들었구먼!’ 균형발달인이 더 중요시하는 것은 그 성과를 거쳐온 과정이다. 힘든 일을 해낸 것인지, 쉬운 일을 해낸 것인지, 그것을 알아주기 위한다. 이런 경우를 보았는가? 아이가 100점을 받아왔기에 막 칭찬을 했더니 “우리 반 애들 거의 다 100점 맞았어.” 한다. 또는 “엄마, 문제를 보세요. 얼마나 쉬운데요.” 한다. 이런 아이가 균형발달이다. 이런 성과는 본인도 성과로 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균형발달 아이들은 과정을 살펴서 칭찬해주어야 한다. 짝꿍이 대단한 장난꾸러기인데도 성적을 잘 유지한다던가, 이렇게 어려운 것을 80점씩이나 받았다던가, 시험기간인데도 집안 청소를 도와주어서 고맙다든가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칭찬을 해야 한다.
우뇌인처럼 과장해서 칭찬하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을 경멸한다. 속으로는 이런다. ‘짜아식, 그 따위 말로 나를 휘어잡겠다는 거야? 또는 너나 그런 칭찬에 해까닥 뒤집어지지. 난 달라.’ 또는 ‘이 사람이 뭘 알고 하는 소리야? 그냥 해 보는 소리야?’ 균형발달 아이들에게 체벌은 전혀 필요 없다. 일단 맞을 짓을 하지도 않거니와, 혹시 하더라도 그건 유머이든가, 처음 당하는 일이라 실수한 것이다. 게다가 그냥 좋은 말로만 해도 120% 이행한다. 왜 100%가 아니고 120%인가? 말로 하는 부모의 마음을 훤히 읽고, 부모의 사기를 높일 만한 행동까지 한다는 뜻이다. 이 아이들에게 제일 무서운 벌이 있다. 뭔가 실수를 했는데, 아무도 짚어주지도 않는다. 실수한 사실을 알고는 있을 텐데 이럴 때 균형발달 아이들은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꾸지람은 잘못을 알고도 모른 체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때, ‘켄 블랜차드의 칭찬 10계명’이라는 것이 유행했다. 요즘도 초등학교에 여기저기 붙어 있기 도 하다. 누구에게나 획일적인 칭찬이야말로 무지의 극치다.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행복한 세상의 비밀번호
천기누설? 먼저 잡아야 먹고산다 - 1983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자금력이나 기술력으로 볼 때 무리가 많았다. 국내 지도층은 비판적이거나 수수방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일본 지식인들은 오히려 이런 의견들이었다. ‘강한 나라를 향한 의지가 대단하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것으로 배불리 먹고산다. 일본 지식인들의 안목대로 그의 의지는 국부의 원천이 되었다.
귀하의 자녀가 원하는 외모와 원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게 해주는 대가로 1000억을 내라면 내시겠는가? 귀하가 죽는 날까지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해주는 병원이 있다. 그 병원의 회원 가입비가 500억이라면 회원이 되시겠는가? 2년만 먹으면 귀하의 피부를 20년 젊어 보이게 만들어주는 약이 있다. 2년 약값이 200억이라면 처방 받으시겠는가? 귀하가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게 해준다면 100억을 내시겠는가? 돈만 있으면 모두 다 하시겠다고? 필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돈푼이나 있다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세상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는 3대 비결, 그 첫째는 여자들이 먹으면 예뻐지는 약, 둘째는 남자들 아무 때나 잘 세워주는 약, 셋째는 피부노화를 늦추는 약을 발명하는 것이라고. 우스개는 당연히 한 줌 웃음으로 끝나곤 했다. 농담인 줄 아니까. 그런데 그 셋 중 하나가 실제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섬유, 가전제품, 자동차, 선박 등으로 중진국을 헤쳐 나왔다. 연이어 IT 신제품, 원자력발전소 등 첨단기술력으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이런 경쟁력 뛰어난 수출품 덕분에 우리는 석유, 식량은 물론, 각종 명품, 사치품까지 풍성하게 사다 쓰고 있다.
그뿐 아니다. 소고기까지 사 먹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다행은 얼마나 더 계속될까? 일본의 경우를 보면 분명해진다. 일본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요, 일본 상품의 경쟁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저렇게 추락하고 말았다. 일본을 이끌던 굴지의 전자제품 회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고, 세계 시장은 일본상품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일본의 모습이 10년 후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걱정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10년 후에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우리나라 수출의 선봉장이요, 국부 창출의 최대 공로자가 이런 걱정을 할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뇌할 일이다.
필자는 여기서 조심스럽게 10년 후를 제안하고자 한다. IT 제품은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너도나도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누구나 짝퉁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가 없는 것이다. 좋은 시절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남았다면 기껏 5년이다. 10년까지 간다면 큰 다행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눈 감고 있을 리 없다. 유일하게 남은 생명줄은 ‘뇌 연구’다. 뇌의 신비는 아직 5%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보물창고의 신비를 조금이라도 먼저 밝혀나가는 자가 좋은 시절을 즐기게 된다.
황우석 교수라는 분을 아실 것이다. 실망이 크긴 했지만, 이분 덕분에 우리 국민은 줄기세포라는 단어에 익숙하게 되었다. 줄기세포에는 두 가지가 있다. 동물을 통째로 복사해내는 배아줄기세포와 표적기관(심장, 폐 등의 장기)만을 복사해내는 성체줄기세포다. 세계 생명과학자들은 지금 줄기세포 연구에 소리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걸음이라도 앞서가기 위해서다. 줄기세포 연구의 목표는 무엇일까? 질병 정복이다. 현대 의학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당뇨병, 암 등, 정복하지 못한 병이 무수히 많다. 줄기세포 연구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이런 질병치료가 아주 간단해진다.
예를 들어 췌장암에 걸렸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그 사람의 췌장을 새로 하나 복사해서 바꾸면 된다. 얼마 전 별세하신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처럼 폐에 치명적 결함이 생겼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그분의 건강한 폐를 하나 만들어서 바꾸면 된다. 심장병으로 성장 자체가 더딘 어린이들도 간단히 치료된다. 건강한 자신의 심장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고장 난 자동차의 부속품 갈아치우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인간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흔히 생명공학이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줄기세포 연구를 독립적으로 해왔으나 최근 들어 뇌 연구와 병행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생명공학도 뇌와 연계해서 연구할 때, 더 빨리, 더 정확히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헬리콥터의 편리성을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헬리콥터의 조상이 누구인지 아시는가? 잠자리라는 작은 곤충이다. 세상에 하늘을 나는 동물은 많지만, 공중 한자리에 오랫동안 정지해 있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동물은 잠자리뿐이다. 비행기 역시 새를 보고 만들었다. 이처럼 모든 생물체는 지구에 최적화된 최상의 작품들이다. 이런 생물체를 모방해 만든 발명품(?)은 수없이 많다. 벌집 구조의 비행기 날개, 자벌레의 움직임을 응용한 대장 내시경 도마뱀의 발바닥 원리를 이용한 강력 테이프(4.6kg/cm), 어패류가 엄청난 힘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원리를 이용한 컨테이너 운반기, 나방의 눈을 응용한 무반사 아크릴 수지 필름, 물총새의 장점을 도입한 일본 신칸센 등등이다.
이런 일들을 뭉뚱그려서 생체모방과학 또는 생명체과학(Biomimetics)이라 부른다. 역시 생명과학의 범주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런 연구들이 지극히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연구가 큼직한 열매를 맺어야 생명줄이 굵어진다. 인간이 새나 물고기 같은 능력을 갖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다. 이처럼 생명체과학이 빠른 진척을 보이기 위해서는 생명과학과 병행하여 연구해야 한다.
현대는 통섭의 시대,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여러 학문이 융합되어야 ‘천기누설’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뇌의 신비가 지극히 느린 속도로 밝혀진 것도 산발적 연구 탓이었다. 신약도, 줄기세포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뇌 연구기관, 생명과학 연구기관이 몇 군데 생겼다. 그러나 모두가 높은 벽을 쌓아놓고 연구하고 있다. 신약개발도 오래전부터 여러 곳에서 해왔지만, 산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10년에 이룰 것도 20년, 30년 걸리게 된다.
결론이다. 미래생명연구소 설립을 제안한다. 이 연구소에 뇌 연구, 생명공학, 생명체과학, 신약개발, 이렇게 네 분야를 융합해야 한다. 국가보다는 큰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당연히 인재를 전 세계에서 모셔오고, 기업체적 합리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자금이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10년에 걸쳐 30조 원 정도를 투자하면 10년 후에는 이 나라의 생명줄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30조 원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는가? 우리나라 1년간 복지예산의 3분의 1이다. 우리나라 1년간 사교육비보다 적다. 우리나라 국민이 버리는 음식쓰레기 2년 치다. 그런데, 1년에 30조 원을 쓰자는 것이 아니다. 1년 평균으로는 3조 원 정도씩 투자해서 10년 후의 이 나라 생명줄을 만들자는 것이다. 생명과학을 일으켜 강한 나라를 유지시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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