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외

폭발적 진화 - 사라시나 이사오

삼생지연 2020. 11. 24. 15:07
728x90


폭발적 진화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생각정거장 / 20185


제1장 막 -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따뜻한 가정집과 같은 세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크게 생물과 무생물로 나눈다면 바이러스는 무생물로 분류되지만, 그래도 바이러스가 생물과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즉, 생물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살펴보면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전형적인 바이러스와 생물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밤 당신이 산을 헤매고 있는 상황, 당신은 우연히 아름다운 집 한 채를 발견한다. 당신이 문을 두드리니, 친절해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고 당신을 집안으로 들인다. 아이 둘을 둔 부부의 집이었다. 집안은 무척 따뜻하다. 저녁을 대접받고 안정을 되찾은 당신은 무심코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그림을 바라본다. 그러자 주인이 설명에 나선다. “이 집의 설계도입니다. 저는 건축가로 집 짓는 일이 제 삶의 보람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크면 이 설계도로 새로운 집을 지어줄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그곳에서 살게 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집이 늘어나게 되겠죠.”

생물이란 이 집과 비슷하다. 집은 곧 세포다. 집 안의 환경은 쾌적하게 조절된다. 가족은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한 환경을 위해서는 밖에서 음식물과 연료를 사오고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말하자면 집에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대사’라고 부른다. 벽에 걸려 있는 설계도는 유전자, 즉 DNA다.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집을 짓는다. 세포는 ‘스스로 복제하여 세포를 늘려가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이 집이 바이러스라면, 방금 한 이야기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쓰러져가는 오두막과 같은 바이러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밤, 산을 헤매다가 당신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한 채를 발견한다. 집 안은 어둡고 아무도 없다. 그리고 새어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어둠에 익숙해진 당신의 눈에 실내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설계도가 들어온다. 하지만 있는 것이라고는 그게 전부다. 이 오두막은 몇 십 년 동안 계속 이런 상태로 있었을 것이다. 눈보라가 더욱 심해지자 오두막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산산조각 난 잔해 속에서 설계도가 바람에 날려 근처에 있던 따뜻한 집으로 날아갔고, 아이가 우연히 창문을 연 순간 그 집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남편이 오두막 설계도를 집어든 순간, 남편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오두막을 지어라.” 남편은 무슨 영문인지 그 목소리를 거스를 수 없다. 그는 아름다운 집 안에서 오두막을 짓기 시작한다. 깨끗이 정돈된 실내에 더러운 오두막이 한 채 완성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두 번째 오두막, 세 번째 오두막을 지었다. 재료가 부족해지자 집 천장을 자르고, 벽을 떼어냈다. 아이와 아내가 “그만둬요!” 하고 소리쳤지만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집 안은 오두막으로 꽉 차게 되었다. 그리고 열 번째 오두막이 완성되었을 때, 마침내 집이 무너지고 말았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집은 완전히 해체되었고, 대신 오두막 열 채가 세워졌다. 아무도 살지 않는 오두막은 그로부터 또 몇 십 년이 넘도록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이 오두막이 바로 바이러스다. 오두막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없다. 즉, 대사가 없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캡시드(Capsid)’라고도 하는 단백질 껍질이 DNA 혹은 RNA를 감싼 형태의 입자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언제까지고 그 상태 그대로다. 생물이 아니라 그냥 ‘물질’인 셈이다. 

스스로 단백질을 만드는 생물: 생물은 두 가지 유전자(단백질 설계도(DNA) 유전자와 단백질을 만드는 도구  리보솜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물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도구를 써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바이러스는 설계도밖에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단백질을 만들려면 생물 안에 침입해서 도구를 빌려와야 한다. 정리하자면 리보솜의 유무, 스스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지가 생물인 세균과 무생물인 바이러스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막히지도 뚫려 있지도 않은 세포막: 생물의 특징으로 ‘대사(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와 ‘복제’가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을 들자면 적절한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두막의 예에서 경계는 벽에 해당한다.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서 벽은 상태가 어떻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면 아름다운 집에서 벽은 무척 중요하다. 난로로 방을 따뜻하게 데워도 바람이 들어온다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도 곤란하다. 음식물을 사 오거나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서, 세포에는 필요한 것만 안으로 들이고 그 밖의 다른 것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편리한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세포막’이다.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지만 필요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선택적 투과성’이라고 부른다. 

이 세포막은 이름은 ‘막’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막혀 있는 막과는 상당히 다르다. 예컨대 빵빵하게 부풀린 고무풍선을 바늘로 찌르면 ‘뻥’하고 터지고, 바늘을 찌른 곳에는 구멍이 난다. 그런데 이 구멍은 바늘을 뽑는다고 해서 다시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세포막은 그렇지 않다. 바늘로 찔렀다가 뽑으면 구멍이 도로 막힌다. 필요한 물질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해서 구멍이 뚫린 상태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문어처럼 생긴 세포막 구조: 기름이 묻은 접시는 물로만 헹궈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세제를 이용한다. 세제에는 ‘양친매성 분자’라는 이름의 물질이 들어 있다. 물질은 대부분 물에 녹거나 기름에 녹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양친매성 분자는 물과 기름 모두에 잘 녹는 성질이 있다. 양친매성 분자의 생김새는 비유하자면 다리가 두 개뿐인 문어가 두 다리를 쭉 뻗은 형태이다. 이 문어의 머리는 물에 녹고, 다리는 기름에 녹는다. 즉 분자 하나에 물과 친한 부분(친수성), 기름과 친한 부분(친유성)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세포막도 양친매성 분자로 되어 있다. 세포막은 인지질이라는 유기물이 두 개의 층으로 나열되어 막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인지질이 바로 양친매성 분자이다.


모든 생물의 공통선조 루카: 현재 지구상의 생물은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진핵생물, 진정세균고세균이다. 진핵생물은 핵이 있는 세포를 가진 그룹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모두 진핵생물에 해당된다. 진정세균은 대장균, 남조라고 부르는 식물성 플랑크톤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균이다. 마지막으로 고세균은 1977년에 발견된 그룹으로, 메탄생성세균 등 특수한 환경에 있는 세균이 많다. 진핵생물은 약 19억 년 전에 탄생했다. 아마도 고세균의 진화로 진핵생물이 등장한 것으로 짐작된다. 생명 역사 초기에는 진정세균과 고세균만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진정세균과 고세균의 공통선조는 최초의 생명이자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공통선조, 즉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루카(LUCA)’라고 부른다. 지구 최초의 생물은 어떤 세포막을 가지고 있었을까. 어쩌면 처음에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양친매성 분자의 이분자막처럼 여러 가지 물질이 통과할 수 있는 막이 아니면, 자유롭게 물질을 받아들이고 내보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편리한 막’을 얻게 된 순간이 바로 생명 탄생을 향한 위대한 첫 걸음이 아니었을까? 


제3장 뼈 - 폭발적 진화는 왜 일어났을까?


골격의 세 가지 역할과 진화론: 여기서는 골격의 단단함에 주목해서 세 가지 역할을 다뤄보려고 한 다. 바로 ‘운동, 보호, 지지’이다. 치타처럼 빨리 달리려면 근육으로 골격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발의 끝까지 뼈가 미치고 있어야 한다. 또 소라 같은 조개류는 껍데기가 없으면 금방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심장과 폐 등 주요 내장기관들도 뼈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살짝만 넘어져도 손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지’의 역할은 인간의 뇌를 예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만약 뇌가 두개골의 보호를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크기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골격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인간은 눈부신 문명을 세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동물은 이렇게 편리한 골격을 어떤 식으로 진화시켜왔을까? 150년 전, 다윈은 고뇌했다. 화석으로 남은 기록을 봐서는 진화에 관한 그의 생각(생물이 아주 천천히 진화해왔다는 견해로 처음에 생물은 몹시 작고 간단한 구조였다가 조금 복잡한 생물이 등장했고 마침내 지구 역사상 가장 복잡한 생물인 동물이 출현했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특정 시대보다 오래된 화석은 전혀 발굴되지 않았으며 한 시대를 기점으로 갑자기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시대란 현대에서 말하는 캄브리아기로, 약 5억 4,200만 년부터 4억 8,800만 년 전 시대인데, 당시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은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온 삼엽충 화석이었다. 정말로 생물이 아주 조금씩 진화한다면 삼엽충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최초의 생물이 삼엽충일리는 없다. 다윈이 고민에 빠진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단순한 화석과 복잡한 화석: 다윈이 고민하던 시기에서 약 100년이 지난 1946년의 일이다. 캄브리아기의 직전 시대인 에디아카라기의 지층에서 생물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이로써 캄브리아기에 생물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그 후 캄브리아기보다 더 오래된 화석이 점차 발전되었고, 현재는 약 38억 년 전까지 생명의 흔적을 더듬어 올라간 상태다. 


화석은 꼭 뼈나 조개껍데기 같은 생물의 몸(일부)이 아니어도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물이 기어간 흔적도 생물이 살았다는 증거이므로 화석에 속하는데, 이를 ‘생흔화석’이라고 부른다. 캄브리아기 이전인 에디아카라기의 지층에서도 작은 동물이 해저를 기어갔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캄브리아기를 기점으로, 그보다 더 오래된 화석이 극히 적게 발전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에디아카라기에서 캄브리아기로 넘어오면서 생흔화석은 갑자기 복잡한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게다가 해저 표면뿐 아니라 해저에서 10㎝가 넘게 파고 들어간 흔적도 발견되었다. 캄브리아기는 10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처음 약 1,200만 년간을 포춘기라고 부르며 복잡한 생흔화석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대다. 그리고 그다음 약 800만 년간을 제2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생흔화석뿐 아니라 골격이 작은 화석이 아주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약 700만 년간을 제3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갑자기 크고 복잡한 동물 화석이 발견되었다. 가장 오래된 삼엽충 화석이 발견된 것도 이 제3기 지층에서였다. 아울러 현존하는 수많은 동물의 조상이 화석으로 출현한 것 역시 제3기다. 그래서 화석 기록도 이때부터 일제히 급증했다. 이렇게 제2기에서 제3기에 걸친 약 1,500만 년간(약 5억 2,000만-약 5억 1,400만 년 전)을 일반적으로 ‘캄브리아 폭발’이라고 불러왔다.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늘어난 다양성: 캄브리아기에 들어서서 화석이 갑자기 아주 많이 발견되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시기에 많은 동물들의 골격이 일제히 진화했기 때문이다. 내골격(예: 사람의 뼈)과 외골격(예: 조개껍데기)은 주로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몸에서 유기물이 주성분인 다른 부분과 달리 화석으로 남기 쉽다. 두 번째 이유는 많은 동물의 ‘체제’가 이 시기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기본적인 신체 구조를 ‘체제’라고 부르는데, 체제가 성립되기 전 동물은 비교적 비슷한 생김새로, 대부분 가느다랗고 작은 생물이었다. 그런데 캄브리아기에 들어오면서 동물들의 몸이 점차 커졌고, 심장과 눈이 생기는 등 다양한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화석으로 남겨지기 쉬웠던 것이다. 동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하면서 서서히 다양해진 것이 아니다. 캄브리아 폭발로 갑자기, 한순간에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조금씩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생존 경쟁: 내 생각에 캄브리아 폭발의 계기는 생태적인 요인이었으리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동물’의 등장이 캄브리아 폭발의 방아쇠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옛날에 동물은 몸이 작고 보드라웠다. 몸을 크게 만들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 평화로운 세계에 어떤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은 것이다. 동물을 먹는 동물이 등장하자 먹히는 입장에 놓인 동물도 그에 대항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먹히지 않게 진화한 동물이 탄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먹는 쪽의 동물 역시 대처할 필요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마치 군비 확장 경쟁을 하듯, 단숨에 동물의 다양화가 대형화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 이런 생태계의 변화는 골격의 진화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먹히는 동물의 입장에서는 조개껍데기처럼 골격을 이용해 방어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또 골격은 운동 능력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뼈가 있으면 재빨리 달아날 수 있고, 반대로 재빨리 뛰어 뒤쫓아 갈 수도 있다. 골격의 진화는 먹는 쪽이든 먹히는 쪽이든 분명히 유리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경쟁이 금세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경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퍼졌다. 세계 모든 곳에서 동물의 몸이 커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체제가 등장했다. 골격도 진화하면서 군비 확장 경쟁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것이 바로 캄브리아 폭발이었으리라. 


제4장 눈 - 눈이 없어도 사물을 볼 수 있을까?


캄브리아 폭발과 포식자의 출현: 눈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화석은 캄브리아기의 삼엽충이다. 아마도 원시적인 눈은 그보다 더 이전에 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가진 다양한 화석이 산출하기 시작한 것은 역시 캄브리아기부터여서, 이 시대부터 눈이 있는 생물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캄브리아기는 ‘캄브리아 폭발’이라는 단어로도 알 수 있듯, 동물의 숫자와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앞에서도 다루었지만 그 계기가 된 것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출현이었다. 그때 눈의 진화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틀림없다. 


생물에 따라 다른 ‘최고의 눈’: 눈은 성능을 기준으로 나누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바로 ‘명암을 파악하는 눈, 방향을 파악하는 눈, 형태를 파악하는 눈’이 그것이다. 빛을 느끼는 세포를 ‘시세포’라고 하는데, 이 시세포가 아주 많이 모이면 망막이 되고 생물의 표면에서 망막이 반점처럼 보이는 것이 ‘안점’이다. 그런데 이 안점만 있으면 생물은 자신에게 빛이 닿았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빛이 오는지는 몰라도, 밝은지 어두운지만은 파악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명암을 파악하는 눈’이다. 현재는 자포동물문에 속하는 해파리, 편형동물에 속하는 플라나리아 등이 이러한 안점을 가지고 있다. 


안점의 한중간이 푹 들어가 마치 컵처럼 생긴 것을 ‘배상안’이라고 하는데, 이 배상안이 위쪽을 향해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오른쪽에서 빛이 들어온다면 컵 안의 왼쪽 시세포에만 빛이 닿고, 반대로 왼쪽에서 빛이 들어온다면 오른쪽 시세포에만 빛이 닿는다. 요컨대 어느 시세포가 빛에 반응했는가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방향을 파악하는 눈’이다. 현재는 연체동물에 속하는 삿갓조개 등이 이러한 안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눈에는 렌즈가 있어서 망막에 상이 맺히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형태를 파악하는 눈’이다. ‘형태를 파악하는 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렌즈가 있는 것도 있고 연체동물에 속하는 전복처럼 렌즈 대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도 있다. 곤충처럼 형태를 파악하는 눈이 아주 많이 늘어서 있는 겹눈인 것도 있다. 또한 문어의 눈과 인간의 눈은 둘 다 렌즈가 있어서 무척 비슷하지만, 인간의 눈은 두뇌에서 만들어진 것인 반면, 문어의 눈은 표피에서 만들어졌다. 이처럼 눈의 종류는 아주 많다. 다양한 생물이 다양한 눈을 가지고 있고, 이 눈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떤 눈이든 반드시 단점도 조금씩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플라나리아의 안점은 미완성품이고, 문어의 렌즈 눈이 완성품인 것이 아니다. 아마 플라나리아에는 안점이 더 좋을 것이다. 복잡한 렌즈 눈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아주 많이 먹어야만 한다. 게다가 렌즈 눈 덕분에 위험을 재빨리 탐지했다고 해도, 플라나리아는 빨리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니, 결국은 똑같을지도 모른다. 플라나리아의 안점도 문어의 렌즈 눈도 우리의 눈도 앞으로 계속 진화해갈 것이다. 다만 더욱 복잡한 눈으로 변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진화의 결과가 오히려 역행에서 단순한 눈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제8장 뇌 - 인간의 뇌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침팬지가 인간이 될 수 없는 이유: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다. 현재 인간과 침팬지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동물이 없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동물도 있었다. 그래서 인간과 침팬지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동물 중 침팬지보다 인간에 더 가까운 동물을 ‘인류’라고 부르기도 했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과 침팬지가 나뉜 것은 약 700만 년 전으로 짐작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침팬지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다. 침팬지가 인간에서 진화한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직립 이족보행과 두개골의 관계: 현재의 인간은 두개골의 아래쪽에 큰 구멍이 나 있다. 이를 대후두공이라고 부르는데, 척수가 지나는 구멍이다. 등뼈가 두개골과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인간은 대후두공이 두개골의 아래쪽에 뚫려 있는데, 이는 인간이 직립 이족보행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침팬지는 대후두공이 두개골의 약간 뒤쪽에 뚫려 있다. 이는 침팬지가 보통 네 발로 기어 다니기 때문이다. 네 발로 기면서 앞을 향하려면 대후두공이 두개골 뒤쪽에 뚫려 있어야 한다. 


현재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 인류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인데, 약 7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너무 오래되어서 사헬란트로푸스는 아직 인간과 침팬지가 분기되기 이전의 종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연구자도 있다. 하지만 사헬란트로푸스의 대후두공은 두개골 아래쪽에 뚫려 있다. 아마도 사헬란트로푸스는 현재의 인간처럼 직립 이족보행을 했을 것이다. 이족보행은 인류가 지닌 전형적인 특징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직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사헬란트로푸스는 인간과 침팬지가 분기된 이후 인간 쪽 계통에 속하는 종, 즉 인류일 가능성이 높다. 


현존하는 인류는 우리가 유일하다.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 보통은 인간이라고 부른다. 즉, 지금 인간은 인류 최후의 종이다. 최초의 인류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에서 최후의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까지는 세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25종의 인류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인류가 직립 이족보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립 이종보행을 한다는 것은 걷는 행동에서 두 손이 해방되었음을 뜻한다. 

하지만 뇌는 커지지 않았다. 석기도 만들지 않았다. 현재 침팬지의 뇌는 약 400cc 정도 된다. 가장 오래된 인류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뇌도 거의 400cc이다. 그 후 다양한 인류, 이를테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도 대체로 400cc였다. 뇌는 거의 커지지 않았던 것이다. 약 250만 년 전, 드디어 호모 하빌리스가 되어 뇌가 600cc로 커지기 시작한다. 그 조금 전부터 석기도 발견되기 시작한다. 즉, 인류가 직립 이족보행을 시작한 후로 약 450만 년이나 지나는 동안, 인류는 손이 자유로웠는데도 불구하고 도구를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뇌도 커지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연비가 너무 나쁜 뇌: 뇌는 무게가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몸 전체가 쓰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비한다. 연비가 엄청나게 나쁜 기관인 셈이다. 휘발유를 조금밖에 살 수 없는데 큰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휘발유가 금세 바닥이 나서 차가 멈추고 마는 것처럼, 영양분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뇌를 가지고 있다면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다. 먹는 것 하나 변변치 못한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뇌는 작은 편이 좋다. 


휘발유를 많이 구할 수 있다면 큰 자동차를 탈 수도 있는데, 인류의 진화에서 휘발유는 곧 ‘육식’이다. 최초의 석기가 발견된 시기와 인류의 뇌가 커지기 시작한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석기를 만듦으로써 고기를 얻기 쉬워졌고, 커다란 뇌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뇌가 커지면 더욱 정교한 석기를 만들 수 있고, 동료와 협력해서 사냥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고기를 더욱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고 뇌가 점점 커져갔으리라 생각된다. 


인간보다 돌고래가 영리했던 시대: 살아 있는 동물의 지능을 추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이미 멸종한 동물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래서 멸종한 동물의 지능을 측정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대뇌화 지수(EQ, Encephalization Quotient)’라는 것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뇌화 지수는 몸무게에서 뇌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데, 뇌의 무게를 몸무게의 3분의 2승으로 나누고 정수를 곱해서 구한다. 몸무게가 2배일 경우 뇌가 2배가 되지 않아도 같은 정도의 지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대충 구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현존하는 동물 중에서 대뇌화 지수가 가장 높은 것은 인간이고, 2위는 돌고래다. 그리고 450만 년간 인류의 뇌는 커지지 않았으니, 그동안에도 줄곧 돌고래가 1등이었다. 그리고 약 250만 년 전에 인류의 뇌는 커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얼마간은 돌고래의 대뇌화 지수가 더 높았다. 결국 인류가 대뇌화 지수에서 돌고래를 앞지른 것은 약 150만 년 전부터다. 호모 에렉투스라는 인류였다. 


인간은 왜 두 발로 서게 되었을까: 인류는 왜 직립 이족보행을 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예를 들어 새끼를 키우는 암컷은 식량을 찾아 나서기 힘들다. 그래서 식량을 많이 가져다줄 수컷을 선호하게 된다. 직립 이족보행을 하는 수컷은 손을 써서 많은 식량을 운반할 수 있는 만큼, 암컷의 호감을 사기 쉬워 이족보행이 진화했다고 보는 설이다. 상당히 유력한 설이다. 또 다른 설은 침팬지처럼 네 발로 기는 것보다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편이 에너지 소비량이 적어서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립 이족보행을 했다는 설도 있고, 먼 곳까지 잘 볼 수 있어 육식동물을 발견하기에 유리해 두 발로 서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쩌면 전부 다 맞을지도 모른다. 직립 이족보행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직립 이족보행의 진화에 관하여 전혀 다른 견해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전의 인류는 아직 석기를 만들지 못했는데, 이미 직립 이족보행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인류는 팔이 상당히 길어서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데 유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인류가 700만 년 전에 수상(樹上) 생활에 이별을 고하고 두 다리로 땅을 밟게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데 유리했던 특징은 점점 퇴화될 것이다. 그러한 특징이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들이 땅도 걸었지만 수상생활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다리뼈 모양은 침팬지와도 조금 달랐다. 그래서 구체적인 것까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무 위를 이동하거나 나뭇가지 위에 설 때 자세가 침팬지와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 미세한 차이 때문에 우연히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왔을 때 초기 인류는 이족보행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직립 이족보행을 할 수 있게 하는 특징이, 수상생활을 하는 동안 우연히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제9장 성 - 성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별이 있으면 진화에 유리할까?: 수학은 잘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남자와 반대로 수학은 못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여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수학과 영어 실력이 완전히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하자. 자, 수학을 잘하는 남자와 영어를 잘하는 여자가 결혼을 해서 아이 넷을 낳았다. 각각의 아이가 잘하는 과목은 무엇일까? 확률로 생각해보면 한 명은 아버지로부터 수학을 잘하는 유전자를 물려받고, 어머니로부터 영어를 잘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아 두 과목 모두 잘하는 아이가 되리라. 또 한 아이는 아버지로부터 영어를 못하는 유전자를 물려받고, 어머니로부터 수학을 못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아 두 과목 전부 못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나머지 두 아이는 수학만 잘하거나 영어만 잘하는 아이다.


그런데 만약 성적이 좋은 편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면 수학도 영어도 잘하는 아이가 결혼을 할 때에도 유리하다. 잘 찾아보면 어떤 가정이든 수학과 영어를 모두 잘하는 아이가 있을 테니, 그 아이들끼리 결혼하면 그야말로 최강이다. 그들의 자손은 모두 수학과 영어를 잘하고, 그렇게 두 과목을 모두 잘하는 사람이 사회에 점점 퍼져나갈 것이다. 그런데 파충류인 채찍고리도마뱀은 수컷이 없다. 암컷 혼자 힘으로 알을 낳아 자손을 퍼트린다. 인간은 절대 흉내도 못 낼 일인데, 가령 그런 여자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남자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수학만 잘하는 여자와 영어만 잘하는 여자가 있고 제각각 네 명의 아이를 낳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총 8명이다. 남자가 없는 만큼 아이의 숫자가 2배가 된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네 아이는 수학만 잘하고, 나머지 네 아이는 영어만 잘한다. 양쪽 다 못하는 아이는 없지만, 양쪽 다 잘하는 아이도 없다. 이것도 과연 좋은 일일까? 


수컷이 있으면, 즉 성이 있으면 물론 자식의 수는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대신 유리한 형질을 조합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 이는 성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유리한 형질을 모두 가진 자식은 설령 처음에는 소수라고 해도 자연선택에 의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성이 없다면 유리한 형질을 두루 가진 아이를 만들려면 돌연변이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돌연변이는 성이 있는 생물이든 성이 없는 생물이든 상관없이 등장할 수 있지만, 그렇게 딱 입맛대로 유리한 형질을 가진 돌연변이가 나타나줄 리는 없다. 


성이 있어서 자식을 만들 때마다 유전자를 혼합하는 편이 훨씬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빠른 적응 가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이 진화했다는 설명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설명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뒤떨어지는 자손이 태어날 가능성도 똑같다: 성이 있으면 수학과 영어를 전부 잘하는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꼭 두 과목 전부 잘하는 자식끼리 결혼한다는 보장은 없다. 둘 다 못하는 자식끼리 결혼하면 도로 아미타불이다. 수학을 잘하는 유전자와 영어를 잘하는 유전자는 또 뿔뿔이 흩어져버린다. 물론 위에서 한 설명처럼 둘 다 잘하는 아이들이 사회에 점점 뻗어나갈 테니 그 확률은 그리 높지 않겠지만. 그리고 검증 문제도 있다. 과학에서 가설은 그냥 발표만 해서는 별로 큰 가치가 없다. 현실에 맞게 어떠한 형태로 나타내야만 한다. 즉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에 관한 가설은 검증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진화는 아주 긴 세월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만큼, 몇 백만 년에 걸쳐 실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장균처럼 세대교체가 빠른 생물을 이용해서 실험한다. 실제로 대장균을 쓴 실험에서 ‘빠른 적응 가설’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성이 있는 생물은 지구상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한다. 다양한 생물에 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정해진 실험만으로 전부 설명할 수 있을까? ‘빠른 적응 가설’은 나름대로 옳은 가설이다. 하지만 성이 존재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두 개의 생식세포를 만나게 할 최적의 방법: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있어서 두 동물이 생식세포를 결합해 자손을 만든다. 여기서 동물은 큰 문제에 직면한다. 동물은 원래 바다에서 살았던 만큼 생식세포도 바다 속에서 방출했다. 그런데 자식을 만들려면 두 생식세포가 서로 만나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생식세포를 만들어야 할까? 그 넓은 바다 속에서도 서로 만나려면 돌아다니는 생식세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두 동물이 각각 수많은 생식세포를 방출해서 그것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다 보면,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생식세포면 두 생식세포가 만나 결합한 후에 얼마간은 음식물을 섭취할 수가 없다. 아직 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대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의 영양분을 생식세포 자체가 미리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생식세포를 많이 만들면 하나하나의 생식세포는 작아질 수밖에 없고, 이래서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다. 그럼 수가 작아도 좋으니 큰 세포를 만들면 어떨까? 이것도 문제가 있다. 이 생식세포는 수도 적은데 무겁기까지 해서 움직임이 적고, 이래서는 생식세포끼리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한쪽은 작고 잘 움직이는 생식세포를 많이 만들고, 또 다른 한쪽은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수가 적어도 되니 큰 생식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 다 성에서 백마 탄 왕자나 공주를 손꼽아 기다리기만 한다면, 사랑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성도 밭도 가지고 있는 부자가 두 사람 있어 봐야 각자 성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서로 만날 수 없으리라. 그렇다고 반대로 백마 탄 사람들끼리 숲에서 만난다고 해도 재산이라고는 고작 말 두 필이 전부다. 집도 없고 밭도 없다. 이래서는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들 것이다. 역시 집도 밭도 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백마 탄 사람이 찾아가는 편이 가장 좋다. 무엇이든 간에 이름이 없으면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큰 생식세포를 만드는 쪽을 암컷, 작은 생식세포를 만드는 쪽을 수컷이라고 정했다. ‘여자’가 큰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큰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여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자’여서 말을 타는 게 아니다. 말을 탄 사람을 ‘남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인간의 경우 한 번 사정할 때 대략 일억 개 정도의 정자를 방출한다. 하지만 난자와 수정 가능한 것은 보통 하나뿐이다. 일억 필의 말이 일제히 달려 나간다. 하지만 성에서 받아주는 것은 단 한 마리뿐이다. 당신이 바로 일억 명 중의 우승자다. 



생물의 진화는 천천히 일어났다.
하지만 우주에 시간으로 본다면 촌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달력의 그 촌각도 다양한 종이 폭발적으로 진화한 시기가 있었고
종의 탄생을 일으킨 직립보행같은 핵심사건도 있었다
책은 직립보행의 이유를 추측한다
힌트는 동물의 뼈와 눈 뇌등 신체기관에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과거에 일어난 수많은 기적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생물인데
기적이란 진화 메커니즘을 따라 일어나는 우연과 필연이라고 말한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당위성과는 차별적인 내용이고
조금은 더 로맨틱하긴 하다
머릿말에 제목이 이 책을 대변한다
1%의 기적이 인간을 만들었다


728x90